임 실장, 시진핑 통화 거론에 "통화 아주 잘 됐다"
"패밀리 직책이었던 총무비서관…투명하게 운영하겠다"
조현옥 인사수석 "내각 여성 참여 기록 깨야죠"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신임 수석비서관 등과 오찬을 하고 새 정부의 성공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선이 공개된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윤영찬 홍보수석, 이정도 총무비서관 등과 청와대 경내에서 한 시간 넘게 오찬과 차담회를 하고 이같이 이야기했다.

오찬은 비교적 격의 없는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가 길어져 애초 예정된 시각보다 20분가량 늦게 도착한 문 대통령은 경호원이 재킷을 받아주려고 하자 "옷 벗는 정도는 제가…"라고 이야기하고 자리에 앉았다.

참석자들도 재킷을 입지 않은 상태로 모두 자리에 착석하자 임종석 비서실장은 "(시진핑 주석과) 만리장성을 쌓으셨나"라고 물으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통화가 아주 잘 됐다"고 화답했다.

이어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역할을 승낙해주셔서 다들 감사드린다"면서 "남아 있는 일이 첩첩산중"이라고 이야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총무비서관에 이정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을 발탁한 배경도 별도로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역대 정권이 청와대 내부살림을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에 집사 성격의 대통령 최측근 인사를 앉혔던 만큼 잘못된 관행에서 탈피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간 총무비서관은 '패밀리' 같은 관계에 있는 분이 맡는 직책으로 여겨졌는데 저는 투명하게 운영해 보고 싶다"면서 "기재부에서도 인사·총무를 하지 않았는가"라고 이 비서관에게 물었다.

이어 "청와대 살림살이를 합리적으로 해주길 기대해 특별히 모셨는데 기재부에서 잘 나가고 있는 분에게 어려움을 준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이왕 이렇게 됐으니 이 정부를 성공해 내면 그게 또 못지않은 보람 아니겠는가"라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 비서관을 가리켜 '낭중지추'라고 덕담을 건네 참석자들 사이에 웃음꽃이 피었다.

오찬을 마친 뒤 본관을 나선 참석자들은 조현옥 인사수석을 제외하고는 재킷을 벗고 셔츠 차림으로 커피 한 잔씩을 든 채 이동하며 담소를 나눴다.

차담 장소에 다다랐을 때 참석자들이 서로 자리를 권하자 임 실장은 "순서가 어딨나"라고 이야기해 분위기를 주도했다.

조현옥 수석이 문 대통령 옆에 앉은 것을 주제로 삼아 이야기는 여성 인사의 발탁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나는 참여정부 때 여성 발탁에 진짜 노력 많이 했다"면서 "박근혜 정부 때보다 정무직 여성 출신이 훨씬 많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 수석이 "그 기록을 깨야죠"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전체 인원의) 3분의 1을 (여성으로) 하려면 몇 분을 해야 하나"라고 묻기도 했다.

조 수석은 "여성을 기용한다고 하면 사회·복지 분야를 생각하고 아니면 '마이너'한 분야를 생각하는데 그런 고정관념을 깨주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남미 나라가 남녀 동수 내각을 하면서 국방장관을 여성으로 한 것이 놀랍다"고 이야기했다.

청와대는 이날과 같은 형태의 오찬을 비롯해 문 대통령과 참모 간의 만남이 자주 있을 것을 예고했다.

임 비서실장은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틀에 박힌 회의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회의를 편하게 자주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