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끝난 19대 대선은 첫 야당 자력 집권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지역구도 완화와 캐스팅 보트로 등장한 50대 및 2040과 60대 이상의 세대대결 양상도 새로 나타난 특징이다. 문 대통령은 다자구도의 이번 대선에서 5년 전(1469만2632표)보다 적은 표(1342만3800표)를 얻고도 대선 사상 최대 표차(557만951표) 승리를 거뒀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문재인 대통령, 호남서 60%대 득표…'보수 텃밭' 부산·울산·강원서도 홍준표 눌러
◆첫 자력 집권

문재인 정권 탄생은 야권의 단일화나 연대 없이 자력으로 집권한 첫 사례다. 김대중 전 대통령(DJ·15대 대선)과 노무현 전 대통령(16대 대선) 등 야권의 두 차례 집권은 모두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한 승리였다. 새정치국민회의를 이끈 DJ는 김종필 자유민주연합(JP) 총재와 내각제 개헌과 공동정부를 고리로 후보 단일화에 성공해 ‘DJP연합 정부’를 출범시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에서 정몽준 국민통합 21 후보와의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문 대통령의 자력 집권은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탄핵사태로 보수 지지기반이 붕괴되면서 대선판 자체가 야권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결과다.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이 시대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처음부터 보수 후보는 실종됐고, 야야(野野)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대선 막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보수를 결집하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지만 역부족이었다.

◆지역 표 쏠림 완화

17개 광역단체 중 한 후보에게 3분의 2(66.7%) 이상 표를 몰아준 지역은 단 한 곳도 없다. 특정 후보에게 각각 80%(대구·경북), 90%(호남) 안팎의 표를 몰아준 과거 대선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영·호남 표 쏠림이 완화되면서 지역 대결 구도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문 대통령이 가장 높은 득표를 한 곳은 전북으로 64.8%다. 전남(59.9%)과 광주(61.1%)에서도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18대 대선에 비해서는 쏠림 현상이 덜했다. 문 대통령은 18대 대선에서 광주(92.0%) 전남(89.3%) 전북(86.3%)에서 표를 싹쓸이했다.

보수당의 텃밭인 영남의 표심 변화도 눈에 띈다. 막판 홍 후보로 보수표가 결집했지만 과반 표를 준 곳은 없다. 홍 후보는 경북에서 48.62%, 대구에서 45.36%를 각각 득표했고, 도지사를 지낸 경남에서 37.24%로 문 대통령(36.73%)에게 0.51%포인트 앞서는 체면치레를 했다. 부산과 울산에서는 비교적 큰 표차로 2위에 머물렀다. 강원에서도 졌다. “동쪽은 보수의 텃밭”이라는 등식이 깨졌다.

◆세대대결 양상

이번 대선은 세대대결 양상이 뚜렷했다. 방송 3사 출구조사를 보면 20~50대는 문 대통령이 이겼고, 60~70대는 홍 후보가 승리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20대와 30대에서 각각 47.6%와 56.9%로, 8.2%와 8.6%에 그친 홍 후보를 압도했다. 문 대통령은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50대에서도 36.9%로 홍 후보(26.8%)에게 승리하는 등 50대가 새로운 ‘캐스팅 보트’로 떠올랐다. 60대와 70대 이상에서는 홍 후보가 각각 45.8%와 50.9%로, 24.5%와 22.3%를 기록한 문 대통령에게 이겼다.

◆‘민심 바로미터’인 충청 여론

각종 선거에서 전체 판세의 축약판으로 여겨졌던 충청권은 이번에도 ‘민심 바로미터’임을 입증했다. 문 대통령은 충청 전 지역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박근혜·이명박·노무현·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도 충청에서 이겼다.

‘충북에서 이기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등식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충북 득표율은 문 대통령 38.61%, 홍 후보 26.32%,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21.78%였다. 전체 득표율과 비슷하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충북에서 이긴 후보가 모두 대통령이 됐다.

이재창 선임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