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확대, 투명성·효율성 제고…유·무상원조 통합기구 설치 공약
새마을운동, '일회성' 코리아에이드 등의 방식은 축소 전망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는 국제개발협력(ODA, 공적개발원조)을 외교의 대표 브랜드로 발전시키고 국익에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예산을 늘리고 투명성과 효율성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 유·무상 원조를 통합함으로써 ODA의 '분절화'(分節化) 문제 해결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ODA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은 대선을 앞두고 ODA마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사실을 개탄하면서 ODA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정책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었다.

10일 대선 공약집과 토론회 등의 자료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문 대통령은 향후 ODA 제도와 정책의 기반을 "외교의 대표 브랜드로 발전시켜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고, 국익과 대외전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고 정했다.

ODA의 목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고, 공공외교를 전략적으로 강화하는 것"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공공외교를 위한 정부 내외 통합조정체계 구축', '청년 일자리와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ODA 사업 추진', 'ODA의 체계성, 투명성, 효율성 제고' 등을 내세웠다.

이러한 정책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측면을 포괄하는 발전을 지향하고, 단순한 ODA를 벗어나 무역·투자·이주·기후변화·인권·거버넌스 등 다른 대외정책과 일관성 있게 연계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문 대통령은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비율(2016년 기준 0.14%)이 지나치게 낮아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정책도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대비 ODA 규모는 원조국 29개 중 꼴찌 수준이다.

지난 1일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소속 29개 회원국이 내놓은 ODA 지원규모는 1천426억 달러(약 163조 원)로 전년 대비 8.9%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9개 원조국 중에 소득대비 개발원조 규모가 가장 적은 국가는 슬로바키아(0.12%), 헝가리·폴란드(0.13%), 한국·그리스·체코(0.14%) 순이다.

한국은 양자원조 금액 증가에 따라 ODA 액수가 19억6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2.6% 증가해 OECD 29개 회원국 중 16위를 기록했지만, 소득대비 원조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ODA 예산 0.25% 달성을 약속했다가 모두 실패했다.

사실 이 예산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되기에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의지만큼이나 사회적 공감대도 중요한 측면이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원조 규모로 선진국과 경쟁하기는 어려우므로 한국의 독특한 개발 경험을 토대로 우리만이 제공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질적으로 차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새 정부에서 '새마을운동 ODA'는 축소될 전망이다.

이 ODA는 박근혜 정부 이후 대폭 확대된 사업으로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추진됐다는 점과 국가별로 특수한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적용되었다는 점, 제대로 된 평가나 검증 없이 확대했다는 점 등에서 비판을 받았다.

문 대통령도 "이 ODA와 같이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지속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회성으로 급조됐다는 비판이 제기된 '코리아에이드'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ODA 사업 원칙에 부합하고, 사업 대상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ODA의 가장 큰 문제인 분절화도 어떤 방식으로든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현재 40여 개가 넘는 부처와 기관이 ODA를 시행하고 있는데 예산 낭비를 줄이고, 통합적 사고를 위해서는 하나의 기구로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 대통령은 "분절화를 극복하기 위해 유·무상원조 통합을 중기적 과제로 검토하겠다.

임기 내에 통합기구를 설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해외 봉사단 파견 사업도 '인력 양성'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국 ODA가 치안과 군사협력 수단으로 오용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문 대통령은 "파트너국이 요청할 경우 국익 관점에서 수사 역량 강화 등의 치안협력 프로그램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민단체 모임인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은 지난달 새 정부에 ODA 관련 정책 과제를 제안했다.

인도주의 정신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ODA 기본정신을 명확히 하고, 원조 분절화를 극복하기 위한 유·무상 통합 원조기구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무상원조 및 비구속성 원조와 인도적 지원 확대를 통한 원조의 질적 개선과 정보공개 확대 ▲기업의 관리·감독 강화, 치안·군사협력 수단으로서의 원조 근절을 통한 원조의 투명성·책무성 제고 ▲시민사회의 참여 확대와 민관협력 강화 등도 과제에 포함됐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ghw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