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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 교체하고 대형 TV·냉장고 등 속속 들어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사흘째인 13일 강남구 삼성동 사저는 주인을 맞을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6시40분께 장판을 가는 인부들이 속속 박 전 대통령의 사저로 들어가 2시간 만에 나왔다.


오전 10시께 난방기기 등을 실은 트럭이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집기류 등을 실은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30분 간격으로 속속 도착했다.

오전 11시15분께는 대형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을 실은 대형 트럭이 왔고 설치기사가 사저 안으로 들어갔다.

사저 안은 보이지 않지만, 복도에 불이 밝게 켜져 있어 집 안 정리가 한창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박 전 대통령이 사저를 비운 지난 4년간 낡았을 집을 수리하고 청소하는 건 오전께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의 퇴거를 앞두고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쥐고 삼삼오오 사저 앞으로 모여들었다.

엄마부대 등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가 인터넷 방송 등에서 박 전 대통령을 환영하러 사저 앞에 모이자고 홍보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부동산을 한다는 이종삼(64)씨는 오전 9시45분께 아내와 함께 사저를 찾았다.

지지자 중에는 가장 먼저 도착했다.

이씨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불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도 배신감을 느낀다"며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할 만큼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내 문명주(60)씨는 "전날 태극기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리고 이렇게라도 찾아오면 대통령을 위로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부동산 문을 닫고 찾아왔다"고 울먹였다.

지지자 50여명은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대형 현수막과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라고 소리치거나, 취재진을 향해 "취재하지마라"고 외쳤다.

박 전 대통령 사저 인근 길목에는 나라사랑동지회, 구국동지회, 산악회 등 이름으로 '박근혜 국민 대통령님 환영합니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내외신 구별 없이 몰려든 취재진과 지지자들, 구경하는 시민들로 사저 근처 길거리는 담배꽁초와 쓰레기로 더럽혀져 청소부의 손길도 바빠졌다.

경찰은 사저 주변에 1개 중대를 투입해 관계자 외 사저 접근을 막으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김현정 기자 run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