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비대위원장, 윤여준 전 환경장관과 조찬회동하며 개헌 논의
탈당 후 첫 한국당 접촉…'반패권 개헌연대'→'반문 개헌연대' 수정하나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구상하는 '제3지대 빅텐트'에 자유한국당까지 포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전 대표는 11일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만나 개헌 등을 주제로 '포스트 탄핵' 정국 구상을 논의했다.

이날 회동이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탈당 후 처음으로 한국당 지도부와 만난 대목이다.

김 전 대표는 탈당 직후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9일과 10일 각각 오찬을 함께 했다.

주승용 원내대표와 문병호 최고위원 등 국민의당 인사들과도 9∼10일 비공개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당 전에도 바른정당의 대주주격인 김무성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 국민의당 소속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중간지대에 있는 정치인을 주로 만났다.

물론 지난달 독일 방문 전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만난 사실이 정 원내대표의 공개로 뒤늦게 알려진 바 있지만, 당시에는 김 전 대표의 탈당 움직임이 구체화하기 전이었다.

따라서 탈당 후 본격적으로 개헌과 반(反)패권을 고리로 한 빅텐트를 세우는 과정에서 이날 인 위원장과 조찬회동을 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는 지적이다.

동석한 윤 전 장관의 경우 남 지사와 가까운 사이여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등을 돌린 한국당과 바른정당을 모두 포괄하는 개헌연대를 조기 대통령선거 전에 띄우려는 시도로 읽힐 여지가 있어서다.

윤 전 장관은 지난 2014년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과정을 돕는 등 안 전 대표의 멘토로 활동하다 멀어진 뒤 최근 남 지사의 멘토그룹에 합류한 바 있다.

특히 김 전 대표를 비롯한 빅텐트론자들이 친박(친박근혜)계와 친문(친문재인)계를 뺀 반(反)패권 세력이 개헌을 고리로 뭉쳐야 한다는 소신을 여러차례 피력해왔다는 점에서 친박계가 속한 한국당 지도부와의 접촉은 노선 수정을 시사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낳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한국당이 집권여당의 지위를 잃은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남은 패권세력은 유력 대권주자인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진영밖에 없다는 시각에서 '반패권 개헌연대'를 '반문(반문재인) 개헌연대'로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날 만남만으로 한국당이 가세하는 확장된 개헌연대가 출범할 수 있을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측근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친박을 포함한 개헌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면서 "친박과 친문을 배제한 비패권지대를 이야기해왔는데 어떻게 친박을 포함할 수 있겠나"라고 연대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 측근은 인 위원장, 윤 전 장관과의 회동에 대해 "오래 전부터 알던 분들이 만나자고 하니 본 것"이라며 "탄핵 이후 국민 통합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 개헌이라는 측면의 행보"라고 설명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친박과의 연대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한국당 내 친박계로 바른정당을 '배신자'로 규정하며 연대에 반대하는 기류인 것도 걸림돌이다.

게다가 연대의 전제조건인 개헌 작업이 다수당인 민주당의 반대로 대선 전 추진이 어렵게 됐다는 점에서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이날 김 전 대표가 회동을 마친 뒤 연합뉴스 취재진을 피해서 호텔을 나가려고 시도한 것도 인 위원장과의 만남이 불러올 역풍을 우려하고 뚜렷한 성과가 없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배영경 서혜림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