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이진성 재판관 "상황파악·대응 노력·주의 기울이지 않아" 보충의견
"파면할 사유는 아니지만…무성의로 일관, 원론적 지시, 고민 담겨있지 않다"


"피청구인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형 재난이 발생하였는데도 그 심각성을 아주 뒤늦게 알았고 이를 안 뒤에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였다.", "대통령의 성실의무를 현저하게 위반하였다."

김이수(64·연수원 9기), 이진성(61·연수원 10기)은 재판관은 10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 소추사유에 관한 보충의견'에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별다른 이유 없이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두 재판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급박한 위험이 초래된 국가위기 상황이 발생하였음에도 피청구인의 대응은 지나치게 불성실했다"며 "헌법 제69조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부여된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이 보고받은 내용과 지시사항을 시간대별로 제시하며 "늦어도 오전 10시께에는 세월호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했거나, 조금만 노력을 기울였다면 인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우선 해양수산부가 사고 당일 오전 9시 40분께 대통령실과 사전협의하게 돼 있는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기 때문에 국가안보실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또 언론사의 오보 때문에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고 하지만 청와대는 해당 보도가 해경 발(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박 전 대통령이 오전 10시께 심각성을 인식하는 데 방해를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두 재판관은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오전 10시 15분과 22분께 국가안보실장과, 10시 30분께 해경청장과 각각 통화했다고 주장하지만, 통화기록을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믿을만한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해경청장은 이미 오전 9시 53분께 특공대 투입을 지시했는데 박 전 대통령이 40분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나서 해경청장과 통화하며 이를 한 번 더 지시한다는 건 인정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오후 1시 7∼13분 사이 박 전 대통령이 '90명이 추가 구조돼 총 370명이 구조됐다'는 보고를 받았더라도 승객 104명이 아직 침몰하는 배 안에 남아있으므로 상황이 종료됐다고 판단했다는 주장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두 재판관은 "사고의 심각성을 인식한 시점부터 7시간이 지날 때까지 관저에 있으면서 전화로 원론적인 지시를 했다"며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하려는 관심이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에 구체성이 없는 지시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와 관련, "지시받는 자에게 매우 당연하고 원론적인 내용으로서, 급박한 위험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어떠한 지도적 내용도 담고 있지 않다"며 "이 지시에는 현장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관한 인식이 없고, 어느 해법을 강구할지에 관하여 어떠한 고민도 담겨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이들은 "국가 최고지도자가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해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 수많은 국민의 생명이 상실되고 안전이 위협받아 이 나라의 앞날과 국민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run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