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트럼프·두테르테 비유…"여권 사이다" vs "막말정치 부활"
문재인 때리며 '凡與 대동단결' 시도…'양아치 친박' 빼고 끌어안기


홍준표 경상남도지사의 입놀림이 부쩍 바빠졌다.

발목의 족쇄가 풀리면서 재갈도 함께 풀린 것 같다는 촌평이 나올 정도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됐던 홍 지사는 지난달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지자 한층 자신감이 붙은 듯한 모습이다.

최근 그는 현안에 대한 견해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는 "기업 철수"를 주장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뒷거래"로 규정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 먹고 자살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막말이 아닌 팩트"라고 봉하마을을 거듭 들쑤셨다.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정치 검사들"이라고 깎아내렸다.

한편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에 "무능한 대통령"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최순실 씨에 대해선 "난잡한 애들하고 노는 허접한 여자"라고 단정했다.

홍 지사는 이런 자신의 발언이 일부 거칠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선 "폄하하려고 한 얘기가 아니었다"고 경위를 자세히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철저히 계산된 발언"을 한다고 강조했다.

되는대로 말을 뱉지 않는다는 점에서 몇몇 지지자가 비유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는 다르다고 자평했다.

그를 두고 "여권의 '사이다' 같다"는 호평이 있지만, "막말 정치의 부활"이라는 혹평도 만만치 않다.

어쨌든 중앙 무대에서 비켜서 있던 홍 지사가 '막말 논란'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홍 지사 측 관계자는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인에게는 미움받는 것보다 두려운 게 무관심"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단순히 세간의 이목을 끄는 것을 넘어 그동안 '촛불'의 기세에 눌려 있던 보수진영의 재결집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진보 진영과의 선명한 대립구도를 만들어 '보수 단일후보'로 차기 대권에 도전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3일 "기회가 오면 (범여권 대동단결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을 향한 '막말 논란'도, 발언의 경위 여하를 떠나 여야 대선주자 가운데 지지율 1위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때리는 효과를 거뒀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후 대권에 출마할 경우 그는 문 전 대표 등 야권 주자들에 견줘 한참 후발주자다.

탄핵이 인용되면 두 달 안에 판을 뒤집을 만한 '한방'이 필요하다.

홍 지사는 여권 주자의 '필수과목'인 박 대통령 탄핵 문제에 "정치적 탄핵으로 충분하다"는 답을 썼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할 만큼 '사법적 입증'은 덜 됐다고 덧붙였다.

비주류 출신으로서 박 대통령과 가깝지 않은 사이지만, 박 대통령 지지층에 호소하는 절충점으로 '정치권의 탄핵, 헌재의 기각'을 잡은 셈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친박(친박근혜)계와의 관계설정이다.

자유한국당 당원권 정지가 풀리면 그는 단숨에 중앙 정치로 뛰어들 전망이다.

친박계와 마주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친박계와 대립했지만, "큰 정치를 하려면 도와줄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때부터는 (예전의 '홀로서기'와) 달라야 한다"는 점은 홍 지사 스스로 인정했다.

따라서 친박계를 완전히 배제하기도, 그렇다고 와락 끌어안기도 어려운 게 그의 입장이다.

결국 '일부 양박(양아치 친박)'이란 표현을 자주 쓰는 것 역시 온건파를 포섭하려는 그의 '계산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