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과 관련해 신병이 확보됐던 유일한 북한 국적 용의자인 리정철(47)을 풀어준 말레이시아 경찰이 뒤늦게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에 대한 체포에 나서면서 이번에는 수사의 한계를 극복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3일 김정남 암살 사건 관련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리정철을 풀어준 뒤 추방하면서, 김욱일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경찰은 앞서 지난달 22일 현지 주재 북한 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과 함께 김욱일을 이번 사건의 주요 용의자 가운데 하나로 지목한 바 있다.

경찰은 이후 북한대사관 측에 외교관 신분이 아닌 김욱일에 대한 수사 협조를 요청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자, 9일이 지난 뒤에야 체포영장을 받아 검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북한대사관 측이 수사 협조 요청을 전혀 수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찰이 '치외법권'을 적용받는 대사관에 은신한 김욱일을 체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경찰이 김욱일의 신병 확보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가 김정남 암살에 직접 개입했는지를 밝혀낼 가능성이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체포영장 발부 사실을 알리면서도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행위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현재로써는 그가 대사관 직원인 현광성과 함께 지난 13일 김정남을 살해한 뒤 출국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을 공항에서 배웅한 것으로 전해진 것이 전부다.

따라서 경찰이 그의 신병을 확보하더라도 김정남 암살에 직접 개입한 물증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이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김욱일도 사건 개입 정황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상태로 풀려난 리정철처럼 '면죄부'를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현지 소식통은 "북한대사관 측이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므로 경찰이 김욱일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김욱일의 신병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범죄에 개입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결국 경찰은 수사의 한계를 드러내고 배후를 밝힐 가능성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황철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