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적인 개편만이 능사 아냐…필요한 부분만 최소화해야"
"다스린다는 생각 버리고 민간영역 인정해야…민간과 '협연'"
"총리·장관 중심 정책 추진 위해 청와대 조직 개혁 시급"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관성적으로 정부조직을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일부 개편은 필요하지만, 일 잘하고 효율적인 조직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권만 바뀌면 당연한 것처럼 인식됐던 정부조직개편 문제에 대해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대목이다.

대통령마다 국정 철학과 비전, 이념이 다르다 보니 정책을 구현할 정부조직을 뜯어고치는 게 당연해 보이지만,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대전제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고언이다.

김대중 정부 출범 때 정부조직개편을 주도했고 이후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2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역대 정권처럼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부조직을 바꾸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한 허성관 전 장관은 "전 정권 흔적 지우기식 개혁은 안 된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던 이달곤 가천대 교수 역시 "가급적 수술을 적게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행정 전문가이거나 정부조직개편 '집도의'였던 이들이 '최소 개편'을 강조하는 것은 조직 통폐합에 따른 후유증이 적지 않았고, 정권 입맛에 따라 조직개편이 진행되면서 비효율을 초래한 사례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광웅 교수는 "국민의정부 인수위 때 조직·인사를 담당했던 총무처를 없애 조직은 행정자치부, 인사는 중앙인사위원회로 각각 넘겼다"며 "효율성을 위해 조직과 인사를 떼면 안 됐었는데, 후회스럽다"고 고백했다.

그는 "기초적인 부분과 안전·미래와 관련된 한 두 가지만 하면 된다"며 "현명한 대통령이라면 예전 정부의 좋은 정책을 이어받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수술이 불가피한 조직은 과감히 손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김 교수는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4차 산업혁명시대에 독립 부처가 전담해야 할 정보통신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에 붙여 조직 비대화와 관료주의 강화를 초래했고 국민안전처와 기상청의 업무 중복으로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하면서 이 부분을 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성관 전 장관은 "과학기술부가 폐지되고 정보통신부가 쪼개져 미래부와 교육부로 가면서 IT가 다 죽었다.

군이 연안을 경비해 중국과 군사적 충돌 우려가 있다"며 과기부·정통부·해경 부활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달곤 전 장관은 "초중등교육을 시도교육청으로 넘기고 대학교육도 독립시켜 연구가 가능한 교육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교육부 기능 축소를 강조했다.

서울대 임도빈 교수는 "돈의 논리가 아니라 노동시간 규제부터 국민의 여가 증진까지 국민 행복을 위한 '시간부(部)' 역할을 할 조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민간영역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교육부에 대학정책실만 없어도 대학은 독립할 수 있고, 문화부에 예술지원 부서만 없어도 예술이 살아날 것"이라며 "민간 부문을 다스린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와 민간의 교집합, 즉 '공유정부'의 몫이 있고 이 역시 주종(主從)·갑을 관계가 아닌 대등한 관계에서 '협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조직 개혁으로 부처별 자율성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부처별 자율성이 극도로 저하됐다"며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총리 역할을 강화해 책임총리·장관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비서실은 대통령 보좌 역할만 하고 장관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야 조직 효율성이 극대화된다"고 강조했다.

송재룡 경희대 교수는 "청와대 조직 특성상 국정농단 사태가 재발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게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인수위 없는 정부 출범으로 시간에 쫓길 수 있지만 '타임 테이블'을 잘 짜면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이 전 장관은 "정부혁신위를 만들어 6개월가량 시간을 두고 조직개편을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고, 허 전 장관은 "대통령이 '만기친람'하지 말고 총리에게 지침을 줘 두 달 안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권영전 채새롬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