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독일서 이목 집중…질문엔 '묵묵부답'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은 그야말로 짧고 굵었다.

16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독일 본의 월드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회담은 서로 여유 있게 인사할 겨를도 없이 약 25분간 진행됐다.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라는 다자회의를 계기로 만난 데다 틸러슨을 만나기 원하는 각국 장관들이 줄을 선 탓에 할애된 시간은 길지 않았다.

틸러슨이 G20을 계기로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P5) 장관들과 회동한 데 이어 아시아 국가 장관 중에서는 윤 장관과 가장 먼저 만난 사실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시각 마주 앉은 윤 장관과 틸러슨 장관은 회담 도입부 취재 시간을 불과 10여 초가량 언론에 허용하고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통역도 두지 않았고 배석자도 양국 각 2명씩으로 조촐했다.

우리 측에 여승배 외교부 북미국장과 이상화 북핵외교기획단장, 미측에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등이 자리했다.

틸러슨 장관은 기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이것은 중대한 주제다.

우리는 이야기할 것이 많다"("This is a critical subject. We have a lot to talk about")며 지난 12일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13일 김정남 암살 등으로 숨 가쁘게 진행되는 한반도 정세를 주로 논의할 것임을 시사했다.

배석했던 우리 정부 당국자는 "두 분이 주거니 받거니 속사포처럼 빠르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북핵·한미동맹·지역 경제 등에서 김정남 암살까지 다양한 현안을 차분하게 논의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했기 때문이었다.

윤 장관은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해외에서 피살된 상황 등을 의식한 듯 회의 중 북한에 대해 "유일무이하게 독특하다(uniquely unique)"며 북핵과 인권 문제 제기 등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대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배석자가 전했다.

양자회담에 이어 한미 외교장관은 옆 방으로 자리를 옮겨 일본을 더한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의를 진행했다.

틸러슨 장관은 악수하는 사진을 찍자는 윤 장관의 제안에 따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함께 손을 맞잡은 채 포즈를 취했다.

이때 현장의 기자들이 갑자기 틸러슨 장관에게 '북한의 최근 도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일본에도 사드를 배치할 것이냐'는 등의 질문을 했지만 틸러슨은 '묵묵부답'이었다.

통상 언론에 공개하는 모두발언을 취재진이 제대로 들을 기회도 주지 않은 채 미측 당국자들은 기자들을 회의실 밖으로 내보냈다.

현장의 기자들 사이에서는 언론에 친화적이지 않은 트럼프 정권의 기조에서 틸러슨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세계질서를 쥐락펴락하는 미국의 '최고위 외교관'이 된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틸러슨이 아직 전세계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등의 추측도 제기됐다.

(본<독일>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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