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측, 부검 과정부터 수사 비협조 조짐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 발생 이틀 만에 첫 용의자 검거에 성공하면서 수사가 빠르게 진행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15일 배포한 수사 상황 관련 성명을 통해 이날 오전 8시20분(현지시간) 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20대 여성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여성은 사건 당일 공항 폐쇄회로 TV(CCTV)에 얼굴이 찍혀 용의 선상에 오른 인물로 베트남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

경찰은 이 여성을 심문해 우선 이 여성이 진짜 베트남 국적자인지를 먼저 가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찰은 북한 및 베트남 외교관들까지 불러 신원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처음 체포된 용의자의 정확한 신원이 확인된다면 경찰은 사건의 배후와 살해 이유 등을 밝히는데도 적잖은 진전을 볼 수 있다.

또 이 여성 용의자에 대한 수사를 통해 CCTV에 찍혔던 다른 1명의 여성과 4명의 남성 등 수사 선상에 오른 다른 용의자들의 신원과 예상 동선 등을 파악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용의자 본인은 물론 북한대사관 관계자 등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더욱이 대부분이 예상하는 대로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이 있다면 북한의 비협조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조짐은 김정남 시체를 부검하는 과정에서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북한은 현지 경찰의 부검이 시작되기도 전에 시신 인도를 요구했고, 15일 부검이 진행된 쿠알라룸푸르 병원에서는 북한 대사관 관계자들이 현지 경찰관들과 승강이를 벌이는 듯한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또 이날 저녁 무렵 병원을 빠져나가던 북한 대사관 관계자들은 취재진과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상황을 연출했고, 일부 북한대사관 차량 운전자는 영안실 앞에 진을 친 취재진을 차량으로 밀치려는 듯 거칠게 운전하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현지 소식통은 "북측은 부검하지 말고 시신을 인도하라는 요구를 했었지만, 말레이시아 측은 부검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어쨌든 북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검이 이뤄진 만큼 양측이 갈등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북한의 비협조가 계속될 경우 자칫 수사가 표류하고 사건의 배후를 밝히는 수사의 큰 물줄기가 흐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황철환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