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전격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차기 대권경쟁 구도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반 전 총장과 개헌을 매개로 논의된 제3지대 ‘빅텐트론’은 동력을 잃게 됐고, 범여권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지지율 2위를 달리던 주요 보수진영 후보가 사라지면서 큰 충격에 휩싸였다.

반 전 총장 불출마로 어느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을 지에 관심이 모인다. 당장은 새해 들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질주 중인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반 전 총장 지지율을 누가 흡수할지 등 변수가 있지만 현재 여권 주자들과 지지율 격차가 워낙 커 당분간은 ‘문재인 대세론’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반해 양강구도를 형성한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은 지지 기반 자체가 달라 제3후보가 약진할 것이란 반론도 없지 않다. 제3주자 후보로는 새누리당 바른정당 등 여권 후보를 비롯해 중도 보수층을 타깃으로 삼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등이 거론된다. 특히 안 지사는 ‘충청대망론’의 선두주자였던 반 전 총장 사퇴로 충청권 지지를 상당 부분 흡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의 대선 구도는 크게 출렁이게 됐다. 현재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후보는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정도다. 여기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황 대행은 각종 여론 조사에서 여권 주자 가운데 반 전 총장에 이어 지지율 2위를 기록하며 여권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황 대행의 실제 출마 여부는 미지수다. 황 대행은 출마에 대한 분명한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황 대행이 출마하더라도 여론의 비판이 만만치 않은 데다 표 확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대행이 불출마하거나 범여권이 지리멸렬할 경우 사상 초유의 야-야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맞붙는 구도다.

유 의원과 남 지사는 지지율이 2% 안팎에 머물고 있다. 지지율 1위인 문 전 대표를 제외하더라도 1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야권의 이재명 성남시장, 안 지사, 안 전 대표와 비교해도 턱없이 낮다. 반 전 총장의 갑작스러운 퇴장을 계기로 여권 내 후보 단일화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바른정당은 조만간 당내 대선 경선을 통해 두 사람 중 한 명을 당 대선 후보로 선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바른정당은 향후 대선국면에서 다른 정치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반문(反文) 단일후보’를 추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는 이날 새누리당을 제외한 세력과의 연대 여지를 남겼다.

손성태/김채연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