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질문 허용해달라" 조건에 "편집 없이 내보내 달라" 요청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다. 요청한 인터뷰가 가능할 것 같다는 얘기였다. 벌써 3개월째 대한민국은 대통령을 탄핵하는 희대의 정치문제로 혼돈 중이었다. 스캔들에 관한 풀 스토리는 가능할 것인가. 대부분 언론들이 단독 혹은 집단 인터뷰를 요구해 놓고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역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대통령의 육성을 듣고자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정규재tv도 그중 하나였다.

청와대 안에서도 특정 언론과 인터뷰하는 문제를 놓고 토론이 많았다고 한다. 대통령과의 대화는 결국 대통령 탄핵변호인단 주선으로 이뤄졌다. 인터넷 기반의 정규재tv는 뉴스 해설과 논평 위주의 방송 채널이다. 최근에는 하루 조회 수가 국내 유사방송 가운데 처음으로 30만명을 넘어섰다. 대통령은 이 채널을 선택했다. 침소봉대, 일부 발췌, 교묘한 편집이 언론의 주특기라도 되는 듯한 상황이기 때문인지 극도로 몸을 사려왔던 대통령이었다.

돌직구식 질문도 허용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대통령 측도 의도적 편집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인터뷰는 그렇게 이뤄졌다.

양측이 한껏 부담을 느끼면서 인터뷰는 진행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대한민국 정치지형을 일거에 뒤엎어버렸다. 민주주의에 대한 치열한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국민도 촛불 대(對) 태극기라는 유사 시가전적 상황으로 말려드는 중이다. 청와대 상춘재에도 영하의 찬바람이 불었지만 햇살은 따뜻했다. 대통령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목소리는 기어들어가는 듯했다. 겨우 알아들을 정도였고 중간중간 끊어졌다. 대통령은 거듭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사건의 줄거리와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이었다.

최순실 사건은 한마디로 거짓말이 산처럼 부풀려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번 사건이 누군가의 기획이라는 공세적 주장도 이어졌다. 대통령은 그러나 이름을 말하지는 않았다.

‘최순실과 경제적 공동체’라는 등의 검찰 주장, ‘정윤회와의 밀회’ 등 코미디 같은 이야기들은 단호하게 부인했다. 정유라의 이름이 개명됐다는 것을 이번 사건이 터지고서야 알았다고 대통령은 말했다. 대통령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중국 사드 보복 등의 주제에 이르자 목소리가 커졌다. 대화는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뤄졌다. 여전히 영하의 날씨였지만 햇살이 언 땅을 녹이고 있었다.

정규재 주필 jk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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