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국제사회의 망신" 김영주 "양파껍질처럼 계속 나와"
새누리 "흑색선전은 구분돼야…바른정당 "정책위주 검증돼야"
반기문 측 "필요한 검증받겠지만 허위보도·무차별적 인용엔 법적조치"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친인척 비리 의혹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검증 공방'이 불붙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반 전 총장의 도덕성과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에 하자가 드러났다며 공세를 펴는 반면,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등 범여권은 검증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흑색선전과 검증은 구분돼야 한다"며 방어벽을 치고 나선 모습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반 전 총장의 동생 반기호씨의 과거 미얀마 사업에 유엔 차원의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거론하며 "친족 비리가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망신을 사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또 "대권행보를 하는데 활동비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설연휴 직후 기성정당에 입당하겠다고 했다"며 "정당이 무슨 현금 인출기도 아니고, 돈을 이유로 (정당 입장을) 하겠다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수준을 또한번 먹칠하는 상식 이하 발언"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영주 최고위원은 "반 전 총장의 친인척 비리의혹이 말 그대로 양파껍질처럼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반 전 총장이 당연히 알 수밖에 없는 친동생들과 조카의 비리의혹을 계속 몰랐다고 하니까 국민은 아직도 최순실을 모른다는 김기춘, 우병우를 연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검 중수부장,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들로 '네거티브 대응팀을 꾸릴 게 아니라, 국민 앞에 솔직히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현안브리핑을 통해 '박연차 23만불 수수설'과 관련,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인격 살인'이라며 잡아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기 원내대변인은 "대한민국은 더 이상 부패한 리더십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반 전 총장은 이번 의혹이 한 줌의 의혹도 남지 않고 해명되기 전까지 어떠한 행보도 의미 없음을 깨닫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저희도 반 전 총장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히면서도 "과거 대선 때도 지금의 민주당 전신인 정당들에서 검증을 빙자해 사실이 아닌 것들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선거 기간 내내 네거티브 공세를 일관한 바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20만달러 수수 의혹과 '김대업 병풍 사건'을 언급하면서 "검증을 빙자한 사실무근의 흑색선전은 명확하게 구분돼야 한다"고 야당의 '검증 공세'를 경계했다.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은 "철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에피소드나 아니면 해프닝에 초점이 맞춰지기보다는 철저한 정책·비전 위주의 검증이 돼야 한다.

지금부터 초당적인 '정책배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도덕적 검증은 검증대로 관계 기관에서 사법기관에서 팩트 위주의 검증을 시급히 하는 것이 좋겠다.

속도를 내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반 전 총장 측은 대선주자로서 필요한 검증은 받겠지만 근거없는 정략적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측근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필요한 검증은 당연히 충분히 검증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허위사실 보도나 무차별적인 인용 보도에 대해 민·형사상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박연차 23만불 수수 의혹'에 대해 "언론 중재위원회에 제소해놓은 만큼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고, 반 전 총장의 동생 반기호 씨의 과거 미얀마 사업에 '유엔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허위보도에 대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김동호 이슬기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