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교육부 국정교과서 현장적용 방안 비판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내년에는 희망학교에 한해 일부 도입하고 2018년부터는 검정교과서와 혼용해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현장 교사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시교육청이 28일 교육청 11층 강당에서 개최한 '서울 역사교사 대토론회'에 참석한 서울지역 고교 교사들은 교육부가 전날 발표한 국정교과서의 현장적용 방안이 학교 현장에 또다른 혼란을 불러올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일고 교사이자 현행 고교 한국사 교과서(미래엔) 집필자인 조왕호 교사는 "교육부는 2018년부터 새 검정교과서를 개발해 국정과 함께 적용하겠다고 하는데, 교과서를 집필해 본 경험에 의하면 1년 안에 집필부터 검정심사, 수정, 보완지시까지 마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독산고에서 세계사를 가르치는 김육훈 교사는 "검정교과서는 통상 개발이 끝난 뒤 8월 말 검정심사 완료, 9월 전시, 9∼10월 학교 채택 등의 절차를 거치는데 이 모든 절차의 근거가 대통령령"이라면서 "대통령령 개정에 걸리는 물리적 시간을 고려하면 아무리 빨라도 3월은 돼야 개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전날 발표에서 검정교과서 개발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기 위해 교과서 개발에 앞서 우선 대통령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산고 김범석 교사도 "교육부가 국정화를 강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니 모양새 있게 빠져나가는 수순을 밟기 위해 말도 안되는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생각된다"며 "교육부가 밝힌 로드맵으로는 검정교과서를 5∼6개월 안에 집필해야 하는데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김홍규 우신고 교사는 "교과서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교사가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사의 수업권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음에도 교사의 교과서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교과서 문제의 핵심은 가르치는 사람이 교재를 선택할 수 있게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토크쇼와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서울시교육청이 현장 교사의 의견을 들어 국정교과서 정책 대안을 만들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조희연 교육감과 교사 150여명이 참석했다.

토론에 앞서 발제자로 나선 조왕호 교사는 지난달 28일 공개된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의 내용 및 형식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기도 했다.

조 교사는 "건국절 사관, 박정희 대통령 미화 등 그동안 많이 지적된 내용면뿐만 아니라 형식면에서도 이번 교과서는 서툰 문장, 엉터리 편집, 나열식 서술, 암기요소 증가 등 학생 눈높이에 맞지 않는, 학생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교과서"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험이 있는 고교 교사들은 한번 읽어보면 직관적으로 느낌이 온다"면서 "학자나 교수들은 이런 판단이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교과서 집필에는 대학 교수보다 고교 교사들이 많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