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치소 청문회’ 마친 의원들 >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김성태 위원장(가운데)과 여야 특위 위원들이 26일 최순실 씨에 대한 현장 청문회를 마친 뒤 경기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구치소 청문회’ 마친 의원들 >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김성태 위원장(가운데)과 여야 특위 위원들이 26일 최순실 씨에 대한 현장 청문회를 마친 뒤 경기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26일 서울구치소 회의실에서 현장 청문회를 열었지만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핵심 증인이 모두 불출석했다. 특위는 세 명의 증인을 국회 모욕죄로 고발하는 한편 이들이 수감된 구치소 내 수감동을 직접 찾아가 신문했다.

최씨는 2시간30여분간 진행된 비공개 신문에서 대부분의 의혹을 부인했다. 안 전 수석도 “박근혜 대통령이 결정하고 지시한 것을 (자신이) 이행했다”며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 전 비서관은 비밀누설 혐의를 인정하며 “운명으로 생각한다. 출소하고 박 대통령을 모시겠다”고 말했다.

◆최 “재단 아이디어 낸 적 없다”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관계로 기소됐는데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인정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씨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모른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최씨가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을 아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최씨는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씨와 안 전 수석도 모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에 따르면 최씨는 딸 정유라 씨가 이화여대 입학한 것은 정당했으며 독일에 재산이 한 푼도 없다고 주장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최씨가 ‘내 딸은 이대에 정당하게 들어갔는데 왜 부정입학이냐’며 따져 묻듯 답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독일에 8000억원이 넘는 차명 재산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최씨는 “삼성에 지원을 부탁한 적이 없다”고 말했으며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추천하는 등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의원에 따르면 최씨는 “몸과 마음이 너무 어지럽고 심경이 복잡한 상태”라며 “국민을 혼란스럽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국민은 최씨가 종신형을 받길 원하고 있다’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종신형을 받을 각오가 돼 있다”고 답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최씨가 물도 마시고 답변을 또렷이 하다가도 곤란한 질문이 나오면 ‘특검에 가서 말하겠다’ ‘재판이 진행 중이라 말할 수 없다’는 식으로 회피했다”고 전했다.

◆정호성, 대통령 행적 말 바꿔

특위는 남부구치소에서 3시간 동안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을 신문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이 결정하고 지시한 것을 (자신이) 이행했다”고 공소사실을 대부분 부인했다. 그는 ‘공소장에 적시된 혐의 중 본인이 판단하고 이행한 적이 있느냐’는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단 하나도 스스로 판단하고 이행한 적이 없다”며 “모두 박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수석은 “업무수첩 내용은 모두 다 팩트”라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 말씀 자료(연설문)를 최씨에게 보내주면 최씨가 수정하고 밑줄을 쳤다”고 문건 유출을 인정했다. 또 “최씨와 인편으로 문건을 주고받았고, 문건에는 인사안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씨는 박 대통령이 신뢰하고 잘 아는 분이라 많이 상의했다”며 “공식적인 직함을 가진 분이 아니고 뒤에서 돕는 분이라 김기춘 비서실장 등에게 보고를 안 했다”고 진술했다. 또 “비밀누설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지만 건건이 박 대통령에게서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정 전 비서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 일정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일정이 그날만 유독 비어 있었다”며 “대통령이 매우 피곤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정 전 비서관이 그날 오후 2시가 지나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관저에서 박 대통령을 직접 봤다고 말했다가 나중에는 대면했는지 인터폰으로 대화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을 번복했다”고 전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