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연일 축사 나서…개헌에 소극적인 문재인 고립화 시동

더불어민주당 비문(비문재인) 그룹이 주축이 된 개헌파들이 26일부터 연쇄적으로 대규모 토론회를 열며 세력화에 나섰다.

그동안 탄핵 국면에서 개헌 주장을 자제해왔던 비주류 개헌파들이 다음 달 국회 개헌특위 출범을 앞두고 논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보다.

이종걸·이상민·이춘석 등 민주당 의원 30명이 참여하는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의원 모임(가칭)'은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새로운 대한민국, 문제는 정치다'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모임은 대표적 개헌파인 김종인 전 대표가 지난 19일 경제민주화정책포럼 토론회를 주최했을 때 참여했던 인사들이 모태가 됐다.

비문그룹을 주축으로 추가로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모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대선공간에서 개헌 논의를 띄우고 이를 고리로 제3지대의 판을 키우려는 민주당 비주류의 움직임에 시동이 걸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주류 개헌파 의원들은 최근 야권 선두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지도부가 당장 개헌을 논의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문 전 대표를 고립시켜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조짐은 이미 지난 23일 의원총회에서 감지됐다.

의총에서는 김성수·박용진 의원 등 이른바 김종인 전 대표 사단이자 개헌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개헌 논의를 꺼리는 당 지도부에 각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종인 전 대표가 직접 축사하고, 한국정치학회 회장인 강원택 서울대 교수가 '개헌과 정치개혁의 과제'로 발제를 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일 새누리당이 주도하는 '국가변혁을 위한 개헌 추진회의' 간담회에서도 "20대 국회에서 개헌을 못 하면 기회가 없다"고 한 바 있는 만큼, 이날 축사에서도 이런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강 교수도 미리 배포한 발제문을 통해 "차기 대선에서 후보들이 개헌 공약과 구체적인 개헌 일정을 밝히고 대선 후 추진하는 방식이 적절하며, 개인적으로 독일형 의원내각제를 가장 바람직한 대안으로 본다"고 밝혔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 교수, 최병모 변호사와 참석 의원들도 자율토론을 벌이며 개헌 논의에 불을 붙일 예정이다.

27일에는 민주당 비주류 의원들과 국민의당, 무소속 의원 총 68명이 '미완의 촛불 시민혁명 어떻게 완수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주최하고 개헌을 논의한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김원기 전 국회의장,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참석해 축사하고, 김종인 전 대표가 격려사를 한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과 민주당 대선주자군인 김부겸 의원도 개회사를 한다.

이후 개헌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 발표와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