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號·비박신당과 협치냐 견제냐…관계설정 '딜레마'
개혁입법으로 비박신당과 차별화 시도…"협치통한 국정 안정화" 주장도


더불어민주당이 26일 여권의 분열로 4당 체제가 되면서 원내 1당 자리에 올라서게 됐지만, 막상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여권과 냉각기를 이어가면서 공세에 집중할지, 아니면 '협력모드'로 전환해 국정 수습에 나서야 할지를 두고 어느 쪽도 선택하기 어려운 애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계속 각을 세우자니 원내 1당으로서 협치를 외면한다는 비난에 맞닥뜨릴 우려가 있고, 반대로 여권과 손을 잡는다면 '촛불민심'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비박(비박근혜) 세력으로는 유력 대권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합류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새누리당의 쇄신작업, 비박신당의 창당과 맞물려 국민의당까지 전당대회 준비에 돌입하면서 민주당의 존재감이 점점 약해지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여권의 친박·비박을 동시에 압박하며 주도권 확보를 시도했다.

우선 새누리당을 향해서는 "친박당과 대화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추미애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많은 국민이 새누리당은 없어져야 할 정당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이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영입해 쇄신작업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도 견제구를 날렸다.

추 대표는 "인명진 체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국민은 인 비대위원장이 친박 기득권 세력들에게 탈당 방지용 방패막이로 이용당하다 물러날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하고 있다"고 깎아내렸다.

비박계 신당인 개혁보수신당(가칭)을 겨냥해서도 개혁입법에 나설 것을 촉구하면서 압박을 이어갔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재벌·검찰·언론개혁을 개혁입법으로 완성해야 한다. 개혁보수신당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해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선거연령 18세 이하' 조정법, 경제민주화법인 상법 개정안,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등을 민주당이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 정도는 받아줘야 그래도 개혁이란 이름 붙일 수 있는 보수신당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민주당이 더욱 적극적으로 개혁입법에 나서면서 개혁보수신당과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개혁보수신당의 경우 촛불민심이 바라는 개혁성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이 개혁보수신당을 개혁성에서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래야만 중도층의 지지가 개혁보수신당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무작정 강공으로만 일관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국정 혼란을 수습하는 데 민주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면 다른 당들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야정협의체 구성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새누리당과의 대화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개별접촉을 계속 거부한다면, 책임론이 민주당으로 쏠릴 우려도 있다.

비박신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창당과 전당대회로 '컨벤션 효과'를 누리면서 민주당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당 관계자는 "주도적으로 국회를 끌고 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자칫 국민의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존재감이 옅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반대로 1당으로서 안정적으로 정국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당에 대한 지지도가 더욱 탄탄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