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본부 이례적 두번 압수수색…의결권 무관 부서도 훑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검찰 수사 한 달 만에 다시 국민연금을 전격 압수수색한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을 파헤치기 위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의 성패가 최순실씨, 박근혜 대통령, 삼성이 연루된 제삼자 뇌물 혐의 규명에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4일 특검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해보면 특검은 22일 강남구 논현동 기금운용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국내 주식운용 및 의결권 결정과 관련한 거의 모든 부서의 관련 문서와 PC 저장 데이터를 압수했다.

압수수색 대상 부서에는 의결권 행사 업무를 담당하는 운용전략실은 물론 주식운용실, 리스크관리센터, 준법감시인실, 주요 실장급 부서장실 등이 모두 포함됐다.

해외투자나 채권운용 등 국내 주식과 전혀 무관한 부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서가 대상이 된 것이다.

가히 '전방위' 압수수색이 이뤄진 셈이다.

특검의 행보가 다소 의아한 점은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이미 지난달 23일 기금운용본부 내의 같은 사무실을 샅샅이 압수수색했기 때문이다.

불과 한 달 간격으로 동일 장소를 두 차례나 압수수색하는 경우는 실무상 드물다.

그것도 수십 명에 이르는 대규모 수사인력이 동원됐다.

통상 검찰은 이미 압수수색을 한 장소에 동일한 피의사실로 다시 압수수색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피의자나 대상 기관 등의 승낙을 받아 임의제출을 받거나, 새로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증거 확보에 나선다.

비록 지난달에는 검찰이, 이번 달에는 특검이 각각 주체였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어차피 검찰이나 특검이나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는 없는데도 두 번이나 나온 것이다.

결국, 사안을 바라보는 인식에서 특검과 검찰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검찰 단계에선 박 대통령과 최씨, 삼성그룹 측에 뇌물 혐의를 적용할 근거나 자료가 부족했고 사실관계를 확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검찰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한 특검팀은 뇌물죄 적용에 '승부수'를 걸겠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기금운용본부의 한 직원은 "검찰이 이미 지난달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말 그대로 자료를 탈탈 털어서 가져갔는데 특검이 다시 나와 의아했다"며 "의결권 행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부서의 자료까지 저인망식으로 가져간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삼성물산 최대 주주이던 국민연금은 작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기로 하면서 합병 성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합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삼성 지배구조 개편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한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양사 합병 지원을 지시했는지와 이것이 삼성의 최씨 자금 지원과 관련성이 있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재차 압수수색한 이유에 대해 특검 관계자는 "추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보충적 차원에서 다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같은 날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보건복지부의 내 국민연금 관련 부서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손대지 않았던 곳이다.

박 특검은 임명 직후 검찰이 최씨 기소 당시 그린 '직권남용·강요 프레임'에 얽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제삼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을 가늠해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제삼자 뇌물수수는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보다 법리적으로 입증해야 할 연결 고리가 많다.

진상 규명 작업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앞서 검찰은 특검 출범 전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최씨의 영향력 행사와 관련해 삼성과 국민연금을 수사했지만, 최씨의 공소사실에 관련 혐의를 추가하지 못했던 터라 특검의 행보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최송아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