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분당 후 ‘제3지대론’ 등 정치권 합종연횡이 예고된 가운데 ‘대통령 결선투표제’가 조기 대선의 새로운 의제로 떠올랐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23일 “차기 대통령은 50% 이상의 국민 동의를 얻어서 당선돼야 한다”며 결선투표제 법제화를 제안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경제 위기에 외교 공백이 너무 오랫동안 방치된 상태에서 수습이 쉽지 않다”며 “국민 50% 이상 지지를 받은 사람이 당선돼야 국정을 혼란스럽지 않게 리더십을 발휘해 끌고 가고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당론으로 채택한 국민의당은 물론 비박(비박근혜)계가 주도하는 개혁보수신당(가칭)과 정의당도 결선투표제를 적극 찬성하고 있다.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1등 후보가 과반의 유효표를 받지 못하면 1, 2등이 다시 2차 투표를 해 대통령을 뽑는 방식이다. 유권자의 소신 투표를 유도할 수 있는 데다 1, 2차 투표를 거치면서 정치세력 간 ‘협치’나 ‘연정’을 도모할 수 있는 것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안 전 대표는 “결선투표제는 현 대통령선거 제도 아래서 끊임없이 난무하는 연대 시나리오 대신 정책선거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조기 대선으로 사상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가 될 것이란 우려가 있는데, 처음부터 네거티브 선거를 하면 비록 1, 2등을 하더라도 결선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정책선거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번 대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에는 회의적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결선투표제 자체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앞으로 개헌 논의를 하거나 대선 때 가서 후보들이 개헌에 관한 공약을 할 때 그 속에 포함될 수 있는 의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개헌과 함께 논의돼야 하는 데다 현실적으로 정치세력 간 합의를 전제로 한 결선투표제를 당장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견해다. 결선투표제가 헌법 개정 사항인지를 놓고도 학계와 정치권의 의견이 엇갈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결선투표제는 사실 1987년 직선제 개헌을 하면서 실수로 빠뜨린 것”이라며 “과거 대선에서 핵심 정치개혁 의제로 제시됐지만 보수 1당이 불리하다는 정략적 이유로 도입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