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대' 김용태 이어 현직 35명 탈당 결의로 파괴력 과시
정진석 등 중도성향 의원모임 탈당 대열 동참 '주목'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현직 국회의원들의 21일 집단 탈당 결의로 집권여당의 '핵분열'이 현실화하면서 후폭풍의 규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김용태 의원이 일찌감치 '선발대'로 당을 뛰쳐나간 뒤 이날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35명이 탈당 대열에 동참,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최소 20명)을 거뜬히 넘긴 것은 물론 국민의당(의석수 38명)을 제치고 제3당의 지위까지 넘보면서 간단치 않은 파괴력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특히 탄핵 사태로 인해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2차 탈당'을 고심 중인 의원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비박계에서는 당분간 탈당 세력의 확장성이 커지면서 원내에서만 최소 50명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당초 10여명 정도의 의원이 '선도 탈당'을 결의한 뒤 이후 '순차 탈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날 비주류 회동에는 33명이 참석해 이 가운데 31명으로부터 탈당계를 모으면서 결집력을 과시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회동에서는 주광덕·송석준 의원이 당의 단합을 강조하며 잔류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탈당을 망설인 것으로 알려진 의원들도 상당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심재철, 박순자, 여상규, 홍일표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 등도 탈당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정진석 전 원내대표, 홍철호·정유석 의원 등 중도성향 모임에 소속된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가 탈당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탈당 대열은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나경원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적어도 그동안 탄핵소추안 의결, 원내대표 선거 등에서 뜻을 같이했던 50여명의 의원들이 반드시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당 핵심 관계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다음달 귀국해서 대선 행보에 나설 경우 '친박(친박근혜) 새누리당에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이럴 경우 탈당 의원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국면에서 마땅한 차기 대선주자가 없는 새누리당이 반 총장 영입마저 실패해 이른바 '불임 정당'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대선을 넘어 차기 총선에 대비해야 하는 의원들로서는 후일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탈당 세력의 파괴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날 탈당 결의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번 주말에 지역구 당원과 유권자,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의견을 들은 뒤 생각을 바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은 "오늘 탈당 결의를 한 의원들이 첫차이자 막차를 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비례대표 의원들은 탈당과 동시에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나가기가 어렵고, 지역구에 라이벌이 있는 의원들도 당협위원장직을 잃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친박계 의원은 "반 총장이 새누리당으로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면서 "보수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세력이 똘똘 뭉치고 있으면 탈당 세력은 명분을 잃고 세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류미나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