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장소 공지 않은 채 철저히 비공개…쟁점 입장차 여전한듯

한중간에 서해상 배타적 경제수역(EEZ) 획정을 위한 제2차 국장급 협의가 20일 오후부터 부산에서 이틀 일정으로 시작됐다.

우리 측에서는 박철주 외교부 국제법률국장이, 중국 측에서는 왕샤오두 외교부 황해업무대사가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이번 협의는 지난해 12월 열린 제1차 차관급 해양경계획정 회담의 후속 성격을 띠고 있다.

당시 양국은 국장급 실무회의와 전문분과회의를 병행 개최하고, 연 1회 차관급 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지난 4월 중국 베이징에서 1차 국장급 협의를 개최한 바 있다.

양국은 이번 국장급 협의의 시간과 장소도 공지하지 않은 채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날 오후 2시께부터 부산 시내의 모 호텔에서 협의가 시작됐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이번 협의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둘러싼 한중간 미묘한 갈등 국면에서 열리는 것으로, 철저한 비공개 원칙은 최근 한중관계의 민감성이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중 양국은 이날 오후 협의후 만찬을 함께 하고 21일 오전 이틀째 협의를 진행한 후 협의를 종료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협의에 대해 "지난해 12월 차관급 회담에서 국장급 협의를 1년에 2차례 개최하기로 한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협의를 진전시켜 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협의는 지난해 12월 제1차 차관급 회담 합의에 따라 4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1차 국장급 협의 이후 올해 두 번째로 개최된 국장급 협의"라면서 "양국간 해양경계획정 추진 관련 제반 사항에 대해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상 쟁점을 둘러싼 첨예한 입장 차이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연안국은 영해 기선으로부터 200해리(370㎞) 내의 EEZ에 대해 자원의 탐사·개발·보존과 관련한 주권적 권리를 갖고 인공도서 시설 및 구조물의 설치·사용, 해양환경 보호·보존 등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갖는다.

문제는 서해 해역의 폭이 좁아 한중간 배타적 경제수역이 일부 중첩돼 있다는 점이다.

우리 측은 양국 해안선의 중간선을 EEZ 경계로 하자는 '등거리' 원칙을 내세우는 반면, 중국 측은 해안선의 길이 등 여러 '관련 사항'을 고려해서 '공평하게' EEZ 경계를 정해야 한다는 이른바 '형평의 원칙'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협의에서는 연 1회 개최하기로 한 차관급 회담 개최 일정에 대해서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의 채널에서 다룰 주된 의제는 아니지만 서해에서 이뤄지는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문제도 거론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문제를 논의하는 제10차 한중 어업문제 협력회의는 한중이 당초 올해 하반기 개최하기로 했지만 우리측의 구체적인 일정 제시에 대해 중국 측이 답을 주지 않아 연내 개최가 사실상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