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이 정치생명 연장 집착해 개혁의지 안 보인다면 희망 없어"
"'유승민 위원장' 못 받아도 비대위 방향 공식입장 내놔야"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20일 자신을 비롯한 비박(비박근혜)계의 집단탈당 움직임과 관련, "탈당을 결심했다고 하더라도 결행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밖에 나가서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를 만들고 하려면 탈당 명단도 확정돼야 하는데, 같이 결행할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유 의원은 특히 "탈당은 국회의원 각자가 정치생명을 걸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바로 탈당하자는 분들도 있지만 누가 같이 결행을 할 것인지에 대해 점검이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가 단순히 탈당하는 게 목적이라면 어떻게든 핑계나 명분을 찾아서 탈당하면 되지만 탈당하는 게 목적은 아니다"라면서 "우리 당이 진짜 제대로 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는 개혁을 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아픔이 있어도 감수하겠다고 한다면 제가 탈당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 이르면 이번주 내에 비박계 원내외 인사들이 집단탈당해 신당 창당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으나 아직 이에 대한 고민이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그는 "저는 당이 개혁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0.1%도 없는 건지 그걸 지켜보겠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친박(친박근혜)측이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데만 집착해 당을 개혁할 의지가 없고,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도 같은 생각이라면 희망이 없지 않겠느냐"고 밝혀 결단이 빨라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유 의원은 특히 탈당 결행의 '변수'로 당 수습을 이끌 비대위 문제가 어떤 식으로 가닥을 잡느냐를 꼽았다.

그는 "지금과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 정우택 원내대표의 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당분간 가겠다는 건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비대위원장으로 추천·임명할 것인지 등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다"면서 "친박계에서 '유승민 비대위원장'을 거부하는 건 좋은데 그렇다면 앞으로 당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비대위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정우택 원내대표가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지를 공식적으로 듣고 싶다"고 거듭 강조, 이에 따라 자신의 거취를 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류미나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