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SOC사업 1천억원대 국비 증액 이바지 민홍철 의원 추켜세워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최근 공개석상에서 도내 한 야당 국회의원에게 수차례 감사하다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새누리당 소속인 홍 지사는 한때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과도 불편한 관계를 연출한 전례가 있는 만큼 야당 국회의원을 공개적으로 추켜세운 것은 이례적이다.

17일 경남도와 지역정가에 따르면 홍 지사는 이달 들어 수차례 더불어민주당 민홍철(김해갑) 의원에 대해 감사 표시를 했다.

민 의원이 도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과 관련해 국비 확보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이유다.

지난 5일 도청 확대간부회의 때 홍 지사는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국비 확보에 협력해준 국회의원에 감사한다"며 "특히 김해 민홍철 의원의 노력으로 SOC 예산을 최대로 확보해 민 의원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6일 창원시 사림로에서 열린 '경상남도 기록원' 건립공사 착공식에서도 홍 지사는 "민홍철 의원이 민주당임에도 적극적으로 (경남도를) 밀어주는 바람에 사상 최대의 국비를 가져왔다"고 소개했다.

홍 지사는 지난 7일 도청에서 열린 자원봉사자대회에서도 민 의원을 향해 "당은 다른데도 경남도를 위해 예산을 많이 가져오는 데 앞장을 섰다"고 언급했다.

지난 15일 경남도의회 폐회연에서는 민 의원을 '국비 확보의 수훈갑'이라고 추켜세웠다.

당 대표를 지낸 정치인 출신 단체장으로서 평소 국회의원에게 칭찬이 인색한 것으로 알려진 홍 지사 성향에 비춰 이러한 감사 표시는 다소 의외라고 지역정가에선 받아들인다.

홍 지사는 지난해 초 남부내륙철도와 관련한 이견을 들어 같은 당 박대출(진주갑), 김재경(진주을) 의원을 도에서 여는 행사에 초청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지난해 7월과 12월 경남도 서부청사 기공식과 준공식 때 이들 의원을 초청하지 않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여당 의원과도 한때 갈등을 빚은 홍 지사가 이례적으로 민 의원에게 감사 표시를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경남도는 국토교통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은 민 의원이 내년 국비 심의 과정에서 경남 SOC사업과 관련해 1천300억원이 넘는 국비를 증액하는 데 이바지했다고 설명했다.

민 의원 지역구인 김해뿐만 아니라 도내 전역의 위험도로 구조 개선, 국지도 건설, 일반산단 진입도로 개설 등 각종 사업과 관련한 국비를 당초 상정된 것보다 증액했다는 것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국회의원 대부분은 지역구만 신경 쓰는데 민 의원은 경남 전역의 SOC 사업과 관련한 국비를 챙겨 감사하다"며 "이런 국회의원이 많아야 지역 발전이 이뤄진다"고 반겼다.

이에 대해 민 의원은 "올해 총선이 끝나고 야당 의원들이 경남도에 도정 협의를 요구했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며 "오히려 제가 예산 심사를 앞둔 지난 10월께 홍 지사를 만나 예산 우선순위 등에 대해 협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은 다르지만, 지역이나 나라 발전을 위해서는 서로 협력해야 한다"며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르겠지만, 지역개발이나 지역사업과 관련해서는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고 '쿨한' 면모를 보였다.

(창원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b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