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경찰에 '청사 인근 불법시위' 대책 요청

헌법재판소가 14일 경찰에 헌재 청사를 향한 불법시위 대책마련을 요청함에 따라 헌재를 향하는 각종 시위에 미칠 여파에도 관심이 쏠린다.

헌재 배보윤 공보관은 이날 "지난 주말에도 집회·시위로 재판관들에게 큰 소음이 들려 연구에 지장을 준 바 있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정한 절차 진행을 위해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에 집회 질서에 대한 대책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재동에 소재한 헌재는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직선으로 약 70m 거리에 있다.

촛불시위대는 지난주 안국역이 있는 율곡로를 거쳐 광화문 방면으로 행진했으며 일부는 헌재 앞으로도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소음이 헌법재판관의 집무실과 70여 명의 헌법연구관이 일하는 공간까지 생생하게 들렸다고 한다.

게다가 17일 주말 시위에는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까지 인근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공언해 충돌이 우려되는 상태다.

평일 역시 탄핵심판이 시작된 이후 각종 단체가 헌재 정문에서 찬반 집회를 열며 크고 작은 소란이 빚어지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는 헌재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선 시위를 금지하지만,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표방하며 이를 피해가고 있다.

이런 집회·시위가 탄핵심판에 대한 헌재의 심사숙고를 방해하는 문제는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헌법재판관 회의에 안건으로까지 올라왔다.

결국, 재판관들은 청사 안전과 심리 집중 등을 위해 경찰에 해결책을 요청하기로 합의했다.

신속히올바른 판단을 내려달라는 여론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할 테니 그럴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달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헌재가 인근 율곡로에서 촛불시위를 못 하도록 경찰에 요구한 게 아니냐"며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헌재의 이런 입장이 법원의 촛불집회 가능 범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헌재 관계자는 "헌재가 경찰에 요청한 것은 청사 인근의 '불법시위'를 금지해달라는 것"이라며 "합법 질서를 지키는 시위에 대해서 요청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헌재는 야간 시위를 금지한 집시법을 위헌으로 결정해 없앤 기관"이라며 "그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이 헌재 요청을 근거로 오는 17일 시위의 행진로를 일부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조심스럽게 나온다.

이에 따라 주최 측이 이번에는 어떤 경로로 집회를 신고할지, 경찰은 어떤 통고를 내릴지 주목된다.

진행 경로를 두고 법정 다툼이 벌어진다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 관심이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방현덕 기자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