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이 14일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함께 접견실로 이동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이 14일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함께 접견실로 이동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야당이 국정 주도권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야당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황 대행의 출석을 강하게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황 대행은 여전히 생각을 밝히지 않고 있다. 분당 위기에 처한 여당은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황 대행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야당은 14일에도 황 대행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가 탄핵 공백을 우려해 여러 가지 해법을 모색하는 동안 마치 (황 대행은) 탄핵 가결을 기다린 사람처럼 대통령 행세부터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만약 총리가 국회 출석이 어렵다고 얘기한다면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얘기를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황 대행에게 다음주에 열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을 요구한 데 이어 야당 대표들과의 면담, 야당과 국정 운영 협의체 구성 등도 제안했다.

하지만 황 대행은 야당에 모든 것을 내줄 수는 없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날 국회를 방문해서도 야당 대표는 만나지 않았다. 황 대행은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와 국회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서로 양보하고 대화한다면 나라의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 의장이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국정 협의체 구성을 비롯한 정국 수습 노력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선 “그동안 (정치권과 소통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에 더 노력하겠다”고만 했다. 황 대행의 다음주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 여부나 야3당 대표와의 회동 문제에 대해선 이날 논의하지 않았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치권과 긴밀하게 소통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지만 법적 권한도 충분히 행사한다는 게 황 대행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정 논의를 야당하고만 할 수는 없지 않으냐. 총리실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했다.

황 대행은 앞서 사회 원로들과도 만났다. 이홍구 전 총리, 고건 전 총리, 한덕수 전 총리,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등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 자리에서 2004년 대통령 권한 대행직을 맡았던 고 전 총리는 “여·야·정 정책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은정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