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는 14일 탄핵 정국을 수습하는 해법으로 "국가 리더십 공백기에 국회와 정부가 협력하는 '국회·정부 협의회'를 출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고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마련한 '사회원로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지금의 탄핵 정국에서 권한대행의 역할은 2004년의 권한대행보다 매우 어렵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고 전 총리는 이어 "2004년의 탄핵 정국은 전에 안가본 길을 열어갔지만 63일만에 마무리됐다"며 "헌법재판소의 인용 결정을 전제로 할 때 이번 탄핵 정국은 헌재 인용 이후 안가본 길을 헤쳐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안보·경제상황이 당시보다 더 어려우며, 탄핵정국이 길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 대비해 국정안정을 위한 정부의 비상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고 전 총리는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바 있다.

고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지난 2003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당시 가동된 여·야·정 협의기구를 정국 수습의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고 전 총리는 "당시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민주당과 통합신당(열린우리당의 전신)으로 쪼개졌고,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을 탈당했다"며 "'무당적 대통령'에서 국정은 어떻게 하나 고민을 거듭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민주당·통합신당·자민련 등 4당 원내총무를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산적한 민생현안을 처리하려면 국회와 정부 간 협력이 절실하다"며 협조를 부탁했다"며 "정부·여당이 하던 당정협의를 대체할 4당 국정협의회는 이렇게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고 전 총리는 "한 달 2∼3번 총리공관과 국회 귀빈식당을 오가며 협의회를 열었고, 4당 정책위 의장단과 함께 하는 정책협의회도 가동했다"며 "덕분에 태풍 매미 피해 복구를 위한 3조원 추경안,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이라크 추가 파병안 등 굵직굵직한 법안이 4당 국정협의회를 통해 협의 처리됐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는 특히 "야당이면서도 내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해 준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의 도움이 컸다"며 야당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