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왼쪽)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권한대행 자격으로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황 대행은 “조속한 국정 안정을 위해 내각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회의에는 청와대와 총리실 간 연락 채널을 맡은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도 참석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왼쪽)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권한대행 자격으로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황 대행은 “조속한 국정 안정을 위해 내각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회의에는 청와대와 총리실 간 연락 채널을 맡은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도 참석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대통령 탄핵 후 정국의 주도권을 쥔 야당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권한대행의 범위를 ‘일상적인 국정운영’ 수준으로 한정하고 정책 결정 시 국회 논의를 거치도록 압박했다. 황 대행이 야당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총리실 분위기다. 권한대행의 역할과 범위를 놓고 정부와 야당 간 파열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야당 “권한대행 범위 국회 협의”

야3당은 13일 황 대행이 국회와 협의 없이 일상적인 국정운영의 선을 넘어서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김동철 국민의당·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긴급 회동에서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그러면서 황 대행의 권한 범위와 국정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황 대행에게 정당 대표들과의 회동을 제안했다.

야당의 이 같은 경고는 지난 12일 황 대행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유임시키기로 결정한 것이 촉발했다. 야당은 황 대행이 권한 밖의 결정을 내렸다는 판단이다. 이를 그대로 둘 경우 권한대행의 행보가 갈수록 야당의 통제 범위 밖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황 대행이 국회와 사전 협의 없이 결정한 것은 유감”이라며 “박근혜 대통령만 바라보며 권한대행을 하려는 데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황 대행, 정면 돌파하나

총리실은 야당 요구에 공식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수용하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총리실 관계자는 “아직 정식 제안을 받지 않았지만 황 대행은 법적 권한을 충분히 행사하겠다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황 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후 국정 운영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는 만큼 야당 요구와 무관하게 본인 판단에 따라 권한 범위를 정하는 식의 정면 돌파를 선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총리실의 다른 관계자는 “여당이 분당 논의 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야당 요구를 섣불리 받기도 어정쩡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권한 범위는 어디까지

대행 범위가 논란인 것은 법률에 근거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헌법만 보면 황 대행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을 전부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도 권한 범위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2004년 고건 전 대행은 차관급 인사만 단행하는 등 극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헌법학자들의 중론은 ‘현상 유지’가 우세하다. 관건은 현상 유지의 수준이다. 예컨대 장관 인사권의 경우 경질은 어렵지만 공석은 메울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기존 사람을 경질하거나 교체하는 것은 안 되지만 빈자리를 채울 수는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요한 자리에 대한 인사는 현상 유지 수준을 넘기 때문에 국회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사 임면권에 대해 허 석좌교수는 “대사는 대한민국 존립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인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법학자는 “공공기관장은 주무부처 장관이 제청하기 때문에 황 대행이 임명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외교 정책은 대부분 국회 비준이 필요하기 때문에 황 대행 마음대로 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허 석좌교수는 “정상회담도 양자 회담은 어렵고 다자간 회의체만 참석하는 것이 오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주완/고윤상/박상익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