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서 변호인단 의견 청취…탄핵사유 깰 법리 검토
답변서 제출하며 탄핵심판 대리인단 공개하는 방안 유력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사유를 반박할 법리대결 준비에 집중하는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명운을 쥔 헌법재판소가 요구한 답변서 제출 시한인 16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와서다.

특히 헌재는 일부 사안만 선별 심리해 조기에 절차를 마쳐달라는 일각의 주장에 따르기보다는 탄핵심판 소추사유를 전체적으로 다 따져보기로 결정, 박 대통령으로서는 헌법위반 5건과 법률위반 7건에 달하는 탄핵 사유에 대해 일일이 방어논리를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지난 주말부터 변호인단을 관저로 부르거나 통화하는 등 수시로 접촉해 법리를 검토하는 한편 탄핵의 부당성을 부각하기 위한 논리를 가다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요즘 조용히 본인의 생각을 가다듬고 법률 쪽 관계된 사람들을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검 수사와 탄핵심판과 관련해 주로 상의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정국을 흔든 지 두 달 가까이 되고 검찰의 수사까지 받는 과정에서 법적인 대응 논리를 구축해 가고 있다는 설명인 셈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국회 표결 전날인 8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등과 만나 20분 이상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A4용지로 만든 한 뼘 분량의 두꺼운 자료를 내밀며 제3자 뇌물죄 의혹과 '세월호 7시간' 등에 대해 주로 해명했다고 한다.

특검과 헌재에 내놓을 반박 자료를 어느정도 만들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한, 박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 전후로 비공개 석상에서 내각과 참모진을 상대로 여러차례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져 강도높은 정면 대응을 짐작케 한다.

박 대통령은 9일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마지막으로 국무위원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며 심정을 토로했고, '최순실 씨는 눈도 못 마주치던 사람이었다'는 취지의 발언도 주변에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04년 3월 탄핵안 가결 직후 '호화 라인업'의 대리인단을 곧바로 공개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달리 박 대통령은 대리인단의 면면을 함구해 궁금증을 낳는다.

당초 탄핵 대리인단 발표를 검토하던 청와대는 "아직 명단을 받은 게 없다"며 나흘째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에 따라 16일 헌재에 제출하는 답변서에 적힌 대리인단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공개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리인단 규모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4명으로 구성된 특검 변호인단과 비교해 "예전 탄핵심판의 경우를 보면 그보다는 컸다.

이번에도 그런 정도로 추측된다"라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용훈 전 대법관과 박시환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이상 당시 직책) 등 12명으로 대리인단을 구성한 바 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주변에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하면서도 법률 대응은 '로키'로 가는 이유를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대통령 직무정지 상태에서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 개인의 변호인단을 발표하는 게 법률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임기 초반에 탄핵안과 맞닥뜨린 노 전 대통령의 경우 법률적으로 애매한 상황을 정치적 논리로 정면돌파할 수 있었지만, 임기 말에 역대 최악의 지지율을 받아든 박 대통령으로서는 상대적으로 더 몸을 낮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대리인단 구성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면면이 화려하지 않아 공개를 늦추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