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진석 원내대표 사퇴로 변수…野 "친박계와는 대화 안해"
협상 대상자 등 야당 내 혼선…추미애 '말 바꾸기' 논란
'박근혜 정책' 뒤집기 시도에 황교안 체제와 충돌 가능성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가결 이후 국정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여야 3당이 12일 합의한 여·야·정 협의체가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있을지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포스트 탄핵' 정국에서 국회가 국정운영의 '주축'이 된 만큼 여·야·정 협의체의 성패에 따라 국정 혼란을 어느정도 차단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출발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새누리당 정진석·더불어민주당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면서 형식과 참석 대상을 각 당 논의를 거쳐 추후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미 협의체 구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터여서 논의는 일사천리로 수월하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 회동에 참석한 새누리당 정 원내대표가 한 시간도 안돼 전격 사퇴하고 김광림 정책위의장도 사표를 던지면서 '변수'가 등장했다.

협의체의 중요한 한 축이 불안해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야당이 협상 대상자로 인정하지 않는 친박(친박근혜)계가 새 원내대표로 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비박(비박근혜)계가 당선된다고 해도 원활하게 전임자의 합의 사항을 이행할지는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박지원 원내대표는 SBS에 출연, "본래 원내대표 합의 사항은 한 사람만 물러나면 다 무효가 되는 것인데, 정 원내대표가 저렇게 되니 비박계 원내대표가 나올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전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당은 친박과는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정 원내대표도 사퇴해버리면 대화 채널이 모두 끊어져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새 원내대표에 친박계가 오면 일체의 대화를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이 하는 제안은 믿을 수 없다"며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친박계가 당권을 유지할 경우 합의가 휴짓조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정국의 주도권을 쥔 야당 내에서 여·야·정 협의체의 구성을 놓고 '교통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장-당 대표-경제부총리'간 협의체를 제시했다가, 오후 들어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전화통화에서 '국회의장-당 대표-권한대행'으로 정정해 혼선을 초래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는 정치권의 참여 주체에 대해 추 대표와 의견을 달리했다.

사실상 정세균 국회의장은 참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논의가 이뤄졌고, 당 대표가 참석할지 원내대표가 참석할지는 각 당의 내부 논의로 공을 넘겼다.

정부 측 참석자에 대해서도 추 대표가 애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고 언급하면서 논란이 일다가 다시 인정하면서 일단 정리가 됐으나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밖에 정부측이 협의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지도 미지수인데다 협의체 구성 및 정책 논의 과정에서 야당과 정부 간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우려되는 점이다.

특히 야당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인 국정 역사교과서, 한·일 위안부협정, 성과연봉제 정책 등의 폐기 혹은 철회가 즉각 이뤄지도록 요구할 태세여서 정부 측과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현혜란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