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외교와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등을 놓고 충돌하면서 두 나라 사이에 낀 한국 외교가 출구를 찾기 어려워서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이 한·미동맹과 한·중 관계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국가 리더십 공백사태까지 초래돼 정상외교가 불가능해졌다.

미국은 “탄핵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사드 배치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달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는 미·일·대만 3각동맹을 새롭게 조성하며 중국을 압박하는 한편 한국에도 ‘중국 포위전략’에 동참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력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기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중국과의 관계는 한층 악화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처지에 몰리고 있다.

정부는 일단 한·미동맹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미·일은 12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만찬회동을 한 데 이어 13일 본회담을 열고 대북제재 이행방안 등을 논의한다.

6자회담 수석대표 등 실무책임자급 협의는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지만 ‘큰 틀’에서의 외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중국은 박 대통령 탄핵 이후 “사드도 탄핵해야 한다”며 ‘사드 때리기’에 나섰다.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으로 한국 상품과 연예인 등의 TV 출연을 제약하는 등 사드와 경제문제를 결부시키며 전방위 압박도 가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은 청와대 습격훈련 등과 도발적 발언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성향을 보면 사드를 추가 배치하며 비용을 한국에 떠넘길 가능성이 높고 그 길을 따르다 보면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원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을 성의있게 대하면서도 한·중관계가 한·미관계를 넘어설 수 없다는 메시지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정태웅/박상익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