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세우고 전권 줘야 한다는 의견 많아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정국 혼란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이어지자 국정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외교·사회 분야의 차질도 문제지만 한국경제는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 속에 오래전에 경고등이 켜진 만큼 해법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급변하는 정국 속에서 뒤로 밀렸던 경제 부총리 교체 및 선임 여부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정부 등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정국 수습의 일환으로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교체를 발표했다.

김병준 교수를 국무총리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했지만 곧바로 야당 반발에 부딪혔다.

이후 대통령 탄핵 논의가 진행되면서 총리와 부총리 교체 문제는 후순위로 밀렸다.

일각에서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해 경제부총리 후보인 임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만 별도로 열어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힘을 얻지 못했다.

지난달 24일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 등 야3당 원내대표가 회동하면서 경제부총리 교체 문제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됐으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경제부총리 등 다른 현안을 재논의하기로 하면서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탄핵안 가결로 박 대통령의 권한행사는 중지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게 되면서 김병준 총리 카드는 무산됐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관심은 경제부총리 교체 문제로 옮겨가면서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경제·민생 사령탑을 조속히 세울 필요가 있다"며 논의에 불을 붙였다.

비록 박 대통령이 지명했지만 아직 임 위원장의 부총리 인준 가능성은 살아 있다.

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뒤 1차관에 이어 금융위원장까지 역임한 정통 경제관료다.

임 위원장의 능력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으로 4분기 우리 경제의 성장률(전기 대비)이 0%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경제위기가 가중되는 가운데 구원투수로 임 위원장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평가다.

조선·해운 등 산업구조조정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금융위원장으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점도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부분이다.

야당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 출신이라 야당이 주도하는 현 정국에서 임 위원장의 부총리 선임 가능성을 크게 점치는 이들도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총리가 공안검사 출신으로 행정경험이 많지 않은 점도 임 위원장의 경제부총리 선임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다만 임 부총리 후보자가 현 정부 경제팀의 일원이자 금융당국의 수장으로 산업 구조조정 및 가계부채 대응에 실기했다는 지적도 있어 다른 후보가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전후 사정이야 어쨌든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한 인물이라는 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추 대표 역시 경제 컨트롤타워를 서둘러 세워야 한다면서도 임 위원장이 부총리에 합당한지는 좀 더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앞서 2004년 3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당시에는 '행정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고건 총리가 버티고 있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금융 구조조정의 주역이자 '관치의 달인'이었던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경제 불확실성 해소에 든든한 역할을 했다.

이 전 부총리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자 곧바로 "책임지고 경제를 챙기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금융기관장, 경제5단체장과 잇달아 면담을 하고 "흔들리지 말고 기업 활동에 전념해달라"라며 협조를 당부하는 한편 당일 저녁에는 국제통화기금(IMF), 국제 신용평가회사, 해외 기관투자사 등 관계자 1천여명에게 협조 이메일을 발송했다.

경제 원로들은 한국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 유일호 부총리 유임이든, 임종룡 위원장이나 제3의 인물 선임이든 경제 컨트롤타워 문제를 서둘러 해결한 뒤 경제 문제를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금은 여소야대라 특수한 상황인데 국회가 경제부총리를 도와주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여야가 합의해 경제부총리를 뽑고 인사권도 줘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차기 경제사령탑은 2% 성장 등 지표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경제 거버넌스, 경제환경을 재검토해 기본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