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 역할·내년 1월31일 종료…이후 권한대행 체제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 가결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시작된 가운데 박한철 헌재소장의 임기 내에 결론이 내려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박 소장의 임기는 내년 1월31일 끝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박 헌재소장은 헌재법에 따라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진두지휘할 재판장 역할을 맡는다.

임기 내에 탄핵심판의 결론이 나지 않으면 심판 도중 재판장이 교체돼 절차 진행 지연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헌재가 탄핵심판 절차를 서둘러 박 헌재소장의 임기 안에 결론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검찰의 수사가 상당부분 진행된 만큼 헌재가 변론을 서둘러 진행한다면 탄핵소추 사유를 박 소장의 임기 안에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의 경우 63일만에 결론이 내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법학 교수는 "헌재가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 중 사실관계가 명확한 부분만을 신속하게 검토한 후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면 이른 시간 내에 결론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도 탄핵소추안 통과직후 성명을 내고 "헌법재판소는 박한철 소장 임기 만료 전에 조속히 탄핵안을 심판하라"고 촉구했다.

변협은 "헌재소장의 임명권자가 사실상 부재한 이상 신임 소장 임명 건으로 또 다른 정국 혼란이 초래되지 않도록 헌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탄핵심판 결과가 박 헌재소장의 임기 내에 내려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상 초유의 사건을 두 달도 안 되는 53일 이내에 결론을 내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해 국가 중대 사안을 '졸속 심리'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다.

당사자나 관계인, 증인 신문 등의 절차나 증거조사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을 경우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사건을 노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사안 자체가 판이하게 다르다.

노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 선거개입 발언으로 인한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성 의무 위반이 주로 문제된 사건이었다.

일부 측근비리의 경우도 대통령 당선 전 발생한 사건들이어서 대통령 업무와는 관련성이 없었다.

이에 따라 헌재는 사실관계 확정보다는 확정된 사실관계를 헌법적으로 평가하는 데 주력했다.

노 전 대통령도 당시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대부분 사실 인정을 하면서 각종 증거조사와 증인신문 등이 수월하게 이뤄져 변론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헌재는 2004년 3월 30일 첫 변론을 연 후 4월 30일까지 총 7차례 변론을 열어 심리를 진행했다.

특히 증거조사와 증인신문이 사실상 완료된 4월 20일 이후에는 3∼4일 간격으로 4차례의 변론을 집중적으로 열어 심리를 서둘렀다.

반면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현 정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으로 부정부패, 뇌물 혐의 등과 연관돼 있다.

이에 따라 우선 사실관계 확정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검토해야 할 증거와 신문해야 할 증인들이 많아 신속한 변론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 막 출범한 특검의 수사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게다가 헌재 안팎에선 2∼3주에 한 번씩 변론이 열릴 것으로 예상해 박 헌재소장의 임기 내에 최대4번의 변론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탄핵심판 청구 후 2주 동안 준비 절차가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박 소장의 임기 내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박 소장의 임기 내에 결론 도출이 안 되면 새로운 소장이 임명되거나 재판관회의에서 소장 권한대행이 선출되기 전까지는 임명일자 순으로 권한을 대행한다.

즉, 가장 선임인 이정미 재판관이 소장직을 대행하고 재판장까지 일단 맡을 전망이다.

헌재법과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 관한 규칙상 권한대행은 재판관회의에서 선출한다.

재판관회의는 사유가 생긴 날부터 7일 이내에 소집해야 한다.

선출 전까지는 임명일자 순으로 권한을 대행한다.

관례대로라면 이 재판관이 맡게 되지만, 잔여 임기가 짧은 점이 변수여서 김이수 재판관이 맡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재판관은 내년 3월 13일 퇴임한다.

이 재판관이 권한대행을 맡았다가 또 중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점에서 아예 김이수 재판관이 바로 권한대행을 맡는 방안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박 헌재소장과 이 재판관이 미리 탄핵에 대한 의견을 확정한 후 퇴임하는 방안도 거론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임기가 만료된 헌법재판관의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박 소장과 이 재판관이 계속 직무 수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