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찬성 234표로 가결됐다. / 한경닷컴 뉴스랩
9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찬성 234표로 가결됐다. / 한경닷컴 뉴스랩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과했다. 찬성 234표로 정족수인 200명(재적의원 3분의 2)을 훌쩍 넘긴 결과다.

당장 탄핵의결서가 전달되는 곳은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두 곳이다.

청와대에 탄핵의결서가 도착하는 즉시 박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된다. 일종의 ‘직위해제’다. 대통령 신분만 유지한 채 △국군 통수권 △조약체결 비준권 △법률안 거부권 및 국민투표 부의권 △헌법개정안 발의·공포권 △법률개정안 공포권 △예산안 제출권 △외교사절 접수권 △공무원 임면권 등 헌법이 보장한 권한을 잃는다.

9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찬성 234표로 가결됐다. / 한경닷컴 뉴스랩
9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찬성 234표로 가결됐다. / 한경닷컴 뉴스랩
국무회의 주재, 정부부처 보고 청취·지시 등 일상적 국정 수행도 금지되며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여기서부터 여야가 갈린다. ‘황 총리 대행체제’ 수용 여부가 첫 번째, ‘박 대통령 즉각 퇴진’ 요구가 두 번째 쟁점이다. 야권 내부에서도 입장이 나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 즉각 퇴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헌재 결정 존중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박 대통령 스스로는 헌재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쪽이다. 비박계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헌법적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에 맡기자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공은 헌재로 넘어간다.

헌재로 향한 탄핵의결서는 갈 길이 멀다. 국회 표결로 첫 관문을 넘었을 뿐이다. 헌재는 180일 이내에 탄핵심판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 출석해 6명 이상 찬성해야 탄핵이 최종 결정된다.

도처에 변수가 있다. 우선 박한철 소장이 내년 1월, 이정미 재판관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된다. 180일을 채울 경우 이들 없이 7명이 심리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2명만 반대해도 탄핵이 기각된다. 반면 헌재가 국정 공백을 우려해 빠르게 움직인다면 박 소장 임기 내, 즉 다음 달 중으로 결론을 내는 상황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각종 시나리오에서 거론되는 조기대선 시점 역시 헌재의 탄핵심판 기간에 좌우된다. 예컨대 헌재가 내년 1월 말까지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한다면, 60일 이내에 조기대선을 치러 후임자를 선출하는 조항(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3월 대선이 치러질 수도 있다.
탄핵 일정 및 시나리오. / 한경 DB
탄핵 일정 및 시나리오. / 한경 DB
이 과정에서 국회의 ‘탄핵 찬성표’는 헌재 결정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족수를 가볍게 넘어선 점이 재판관들의 판단 근거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다만 헌재가 국회 판단과 국민 여론을 무릅쓰고 보수적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객관적 사실관계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헌재는 ‘대통령 직무 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는지의 여부’(헌법 제65조 제1항)에 대한 판단만 하면 된다는 뜻이다.

만약 헌재가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하면 박 대통령은 즉시 권한을 되찾아 국정에 복귀한다. 그렇다 해도 박 대통령이 2018년 2월25일까지의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엄청난 반발이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최종적으로 헌재가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하면 셈법은 한층 복잡해진다. 그때부터 주어진 기간은 2개월뿐이다. 대권주자들은 헌재 결정이 나기 훨씬 전부터 ‘대통령 탄핵’을 전제로 각개약진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대선 전초전은 사실상 이날 탄핵안 가결을 기점으로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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