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직무유기' 규명이 핵심…'검찰 출신' 수사 만만치 않아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49) 전 민정수석 비위 의혹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파헤쳐야 할 또 하나의 핵심 이슈다.

김 전 실장은 정부 고위 공직자 인사에 개입한 의혹을, 우 전 수석은 현 정부 '비선 실세'라는 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을 알고도 묵인·방조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각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두 사람을 사실상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으나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진상을 규명할 책임은 특검으로 넘어왔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더불어 특검이 사실상 '맨바닥'에서 수사를 시작해야 하는 사안이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10월께 당시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게 "1급 실·국장 6명의 일괄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앞두고 주무부처의 '비우호적' 인사를 솎아내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 거론된 인사 가운데 3명은 이후 공직을 떠났다.

2013년 8월부터 작년 2월까지 '청와대 2인자'로 위세를 떨친 인물이라 자연스럽게 박 대통령 '40년지기'인 최순실씨의 존재와 전횡을 알고 있지 않았겠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는 "최씨와 일면식도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7일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마찬가지 대답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아주 낯선 관계는 아니라고 추정해볼 만한 정황은 곳곳에 있다.

김 전 실장은 한나라당 의원 시절이던 2006년 9월 유력 대선주자였던 박 대통령이 독일 아데나워재단 초청으로 벨기에와 독일을 방문할 때 수행원이었다.

당시 방문 현장에는 최순실씨와 전 남편 정윤회씨도 있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과 최씨 관계의 일단이나마 인식하지 않았겠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는 또 최씨가 단골로 다녔다는 차움의원 소개로 일본 차병원에서 면역세포 치료를 받았다.

정권 초기 최씨 소유 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해 측근들과 조각 등을 논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전 실장은 물론 이러한 의혹을 7일 청문회에서 모두 부인했다.

우 전 수석과 관련한 의혹은 좀 더 구체적이다.

그는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고 이듬해 2월 사정기관 업무를 총괄하는 민정수석 자리에 올랐다.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 관계는 물론 최씨의 국정·이권 개입을 모르기 힘든 자리다.

실제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으로 있던 2014년 여름 최씨의 최측근이자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린 김 종(55·구속) 전 문체부 2차관을 감찰해 구체적인 비위 정황을 포착하고도 묵인한 의혹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 있다.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76) 삼남개발 회장과 최씨가 함께 골프라운딩을 하는 등 상당히 친밀했다는 점도 의심을 부추긴다.

두 사람이 정권 초기부터 알고 지냈다는 점에서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 배경에 최씨의 입김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우 전 수석이 변호사 시절 '몰래 변론'과 탈세를 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특검팀 수사에서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지만, 수사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검찰에서도 '엘리트 검사' 출신인 두 사람은 해박한 법률 지식과 논리를 바탕으로 특검과의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 경력이 풍부한 두 사람은 특검 준비 기간 이미 상황별로 탄탄한 방어 논리를 만들어놨을 가능성이 크다"며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와 진술 확보가 수사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