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표결 결과가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가결보다는 부결되는 상황이 시장 불확실성을 한층 키우는 악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과거에도 정국 불안 이슈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훼손하는 사태로 발전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이슈로 인한 불확실성이 소멸하면서 증시도 함께 정상화되곤 했다.

일례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결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2004년 3월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43% 하락한 848.80에 마감했다.

탄핵안이 발의된 9일부터 따지면 나흘간 5.7% 빠졌다.

그러나 탄핵안이 가결된 후에는 코스피가 안정세를 되찾아 그해 4월6일 900선을 넘으면서 탄핵안 발의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은 브라질 증시도 탄핵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점에서는 부진했지만 상원의 탄핵보고서 채택 등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상승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에 대한 이번 탄핵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의 뿌리를 불확실성에서 찾고 있다.

이 때문에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탄핵안의 부결보다는 헌법재판소 절차에 따라 질서있는 퇴진을 담보할 가결 카드가 증시에는 덜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박 대통령이 이미 실질적으로 국정을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탄핵안이 가결돼도 지금보다 경제적으로는 혼란이 가중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국민의 절대다수가 원하는 탄핵이 국회 반대로 무산되면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불안해할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며 "부결 때의 후폭풍은 예측 불허"라고 우려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덜어내야 하는 시장 관점에서는 가결 쪽이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탄핵 자체가 좋은 뉴스는 아니지만 부결될 경우는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일각에선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비교하면 이번 탄핵안 표결 결과의 영향이 미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노무현 대통령 때는 정치권의 갑작스러운 논의로 시장이 깜짝 놀란 측면이 있다"며 이번에는 표결 결과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6일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는 1,989.86으로 박 대통령 탄핵안이 발의되기 하루 전인 지난 1일(1,983.75)보다 오히려 높아진 상태다.

이번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대선 일정 등 여러 정치적 변수가 얽혀있어 불확실성의 안개가 걷히기 힘든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탄핵안 표결 후에 국내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세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현 팀장은 "하방 부분은 경직성이 있어 보이지만 상승 국면을 얘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