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원 "퇴진 발표하면 탄핵 무의미…헌재도 기각할 것"
김영우 "임기단축 협상 안돼…법·원칙에 따라 탄핵해야"
'7일 오후 6시까지 기다리자' 당론 역행에 정치적 부담감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처리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새누리당 비주류측이 사실상 탄핵 동참 방침을 정했으나 또다시 내부적으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주류로 구성된 비상시국위원회가 '대통령의 입장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탄핵 표결에 동참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음에도 온건파 성향의 일부 비주류 의원은 박 대통령이 오는 9일 본회의 전까지 구체적인 퇴진 시점을 밝히면 탄핵은 불필요하다는 반론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의원은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 내용에 따라 탄핵안에 반대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가결정족수(200명)를 채우는 게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5일 KBS라디오에 출연, "어제 비상시국위에서 탄핵안에 찬성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고, 여야 합의가 없으면 표결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다만 박 대통령이 하야를 하더라도 탄핵에 찬성하겠다는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탄핵 찬반은 의원 개개인 의견에 맡긴 것이므로, 실제로 하야 선언을 했을 경우에는 찬성이 많을지 반대가 많을지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비상시국위에 참석했던 한 의원도 "탄핵보다 하야가 낫다면서 탄핵에 반대하는 의원도 일부 있었다"면서 "몇몇 의원은 박 대통령이 입장 표명을 한다면 탄핵안 표결에 참여해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박 대통령이 국민을 감동시키는 발표를 하면 그때 가서 얘기를 다시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류 내부에서는 지난 1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된 '내년 4월 퇴진·6월 조기 대선 일정'을 사실상 번복한 데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오는 7일 오후 6시까지 박 대통령의 입장 발표를 기다리자고 했는데, 결국 이를 뒤집은 셈이 됐다"면서 "비주류측이 오락가락하면서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상시국위 대변인격인 황영철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저희가 많은 고민을 했지만 이 난국을 풀어가는 방법은 탄핵에 동참하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특히 "비주류측에서는 35명까지는 분명히 탄핵에 동참할 것이라고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야당이 분명하게 이탈자를 막으면 9일 탄핵안을 분명히 가결될 것"이라며 "친박계로 분류된 의원 중에서도 3명이 가결표를 던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박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즉각 퇴진' 입장을 밝히면 여야 협상을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영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이 명백한 잘못을 저지르고 국민을 분노하게 했을 때 국회가 법적으로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은 탄핵 뿐"이라면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헌법 정신과 3권 분립 정신에 입각해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또 '내년 4월 퇴진' 당론에 대해서도 "이는 법과 원칙, 국민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더 크게 고려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배영경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