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5일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한층 강한 목소리를 냈다. 새누리당 주류 지도부는 박 대통령에게 ‘내년 4월 퇴진-6월 대선’에 대한 입장 발표를 요구했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지난 1일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된 내년 4월 퇴진, 6월 대선에 대해 청와대의 즉각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야당은 “탄핵 부결시 국회가 해산될 것”이라고 하거나,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끌어내릴 것”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4월 말 퇴진-6월 말 대선’에 동의했던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는 이미 지난 4일 여야간 퇴진 일정 합의가 없으면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제시하더라도 탄핵 표결에 참여키로 한 바 있다.

정치권이 이렇게 강경 일변도로 나가는 것은 최대 규모로 열린 지난 6차 주말 촛불집회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여야는 강경 목소리만 낼 뿐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이후에 대해선 대책이 없다. 오는 9일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든, 부결되든 정국 대혼란이 예상됨에도 손을 놓고 있다. 새누리당은 분당 위기에 몰려 대안 마련을 할 겨를이 없고, 야당은 탄핵 관철이 우선이라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현재로서는 탄핵에 집중을 하고 있다”며 “탄핵 이후와 관련해 별도의 로드맵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국민은 이미 박 대통령을 탄핵했다. 국회가 그 명령을 받들지 못하면 대의기구로서 존재가치가 없으며, 촛불이 국회를 심판할 것”이라며 “야당은 전원이 의원직을 사퇴할 각오로 탄핵가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탄핵이 가결 될 경우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수용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황 총리 대행체제를 인정하지 않겠다면서도 새 총리를 세워야 한다든지, 김병준 내정자를 수용한다든지 등에 대해 일절 거론하지 않고 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당들의 즉흥적 행태가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여야는 지난 10월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금까지 책임있는 수습책을 논의하기 위한 협상을 단 한번도 갖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촛불집회 직후 매번 더 강경한 목소리들을 쏟아낼 뿐이었다. 수습책과 대안을 선제적으로 내기 보다 ‘촛불민심’에 따라가기 급급하면서 우왕좌왕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매번 ‘찔끔 찔끔’식의 해법을 제시해 역풍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촛불집회 전후 3차례의 담화를 내거나 국회을 방문해 여야 합의에 의한 총리 추천을 제안했지만 매번 국민들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방어에 급급하다 뒤늦게 ‘4월 말 퇴진-6월 말 대선’ 방안을 내놨으나 실기했다는 지적이다.

야당도 촛불집회 이후 매번 요구 수위를 높여왔다. 거국내각을 주장하다 대통령 2선 후퇴, 질서있는 퇴진을 요구했다. 박 대통령이 여야가 합의해 퇴진일정을 잡아달라고 하자 이제는 협상을 거부하고 “탄핵 뿐”이라고 외치고 있다. 분출하는 군중의 목소리를 잘 소화해 질서있게 제도화 하고 수습하는게 정치권의 몫이지만 여야는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는 커녕 촛불을 따라가기에만 급급하면서 불신을 확대, 재생산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