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기록 세운 6차 촛불집회…232만명·청와대 100m 앞 평화시위
지난 3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열린 6차 주말 촛불집회가 한국 시위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국에서 시위에 참가한 인원이 주최 측(232만명)과 경찰 추산(43만명) 모두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담장 100m 앞까지 행진했다.

광화문 일대 촛불집회를 주최한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 모임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서울에서만 170만명의 시민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주최 측 집계는 집회에 왔다 간 사람들까지 모두 포함한 연인원(누적인원) 기준이다. 특정 시점의 최다 인원을 집계한 경찰은 오후 7시10분께 가장 많은 32만명이 모였다고 발표했다. 부산과 광주, 대전,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 집회가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며 공을 국회로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촛불시위가 더욱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곳곳에서 “즉각 퇴진” “방 빼라” 등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직장인 강모씨(48)는 “국민이 바라는 건 정치권 합의에 따른 명예로운 퇴진이 아니라 즉시 하야”라고 말했다.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AFP통신은 “국회 탄핵 표결을 앞두고 박 대통령의 퇴진 촉구에서 나아가 형사고발과 체포, 투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법원 판결에 따라 사상 최초로 청와대 동·남·서쪽 100m 앞까지 행진했다. 청와대 담벼락에서 서쪽으로 100m 떨어진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한 참가자가 “1960년 4월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던 시위대도 여기까지는 오지 못했다”고 외치자 수백명이 환호성을 질렀다. 경찰과 시위대 간 큰 충돌은 없었다. 밤 12시께 해산 과정에서 자진해 물러나지 않던 3명이 일시 격리조치됐지만 연행자는 없었다.

주최 측은 ‘세월호 7시간’ 진실을 밝히라는 의미로 오후 7시부터 1분간 불을 끄는 소등 퍼포먼스도 했다. 이때 광화문광장 인근 주한미국대사관에서도 꼭대기 층 조명이 꺼졌다가 다시 켜지는 듯한 장면이 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미 대사관에는 소등 여부에 대한 시민들의 문의가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 대사관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처음으로 여의도로 촛불집회 반경을 넓히기도 했다. 3000여명의 시민이 오후 2시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새누리당 규탄 시민대회’를 열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반대하는 보수단체도 대규모 맞불집회를 열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대연합 소속 회원 3만여명(주최 측 추산)은 오후 2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박 대통령을 마녀사냥에 내몰지 말라”고 주장했다.

마지혜/박상용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