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집행 '중대한 법 위반' 저질러 '국민 신임 배신'했는지가 핵심
변수는 '뇌물수수·부정부패' 사실관계…특검 수사 결과도 큰 영향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을 광범위하게 그리고 중대하게 위배하였다.

"
박 대통령의 정치적 생사와 정권의 운명을 가를 야 3당 탄핵소추의 법리적 쟁점은 소추안 2페이지에 있는 이 한 문장에 응축돼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당이 2일 발표한 소추안의 이 문장을 헌재가 자구 그대로 받아들이면 탄핵은 인용될 수 있다.

그러나 야당이 이 중 한두 단어만 관철하지 못해도 탄핵 가능성은 작아질 전망이다.

이유는 이렇다.

탄핵을 규정한 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 탄핵소추의 사유를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라고 밝힌다.

앞서 언급한 탄핵안 2페이지의 문장은 이 조항을 풀어쓴 것이다.

그런데 이 짧은 구절의 몇몇 단어를 놓고 많은 헌법적 해석이 등장한다.

쟁점은 두 부분이다.

'직무집행'에서 '직무'가 무엇인지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할 때'의 구체적 뜻이 무엇인지다.

여기에 부합하지 않으면 탄핵 요건이 안되는 것이다.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참고 선례'인 헌재의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 적혀있다.

헌재는 노 전 대통령 사건의 결정문에서 '대통령의 직무상 행위'를 "법령에 근거한 행위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지위에서 국정 수행과 관련하여 행하는 모든 행위를 포괄하는 개념"이라 설명한다.

산업현장 방문, 공식 만찬 등 행사 참석, 방송 출연, 기자회견 등이 모두 포함된다.

즉, 헌재는 야 3당 탄핵안이 적시한 박 대통령의 불법행위가 그의 '직무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우선 판단할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비선 실세' 최순실(60) 씨의 범행 무대였던 재계, 문화계, 체육계 등 사회 전반에 대통령의 권한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는 점에서 헌재가 '직무 행위'를 다르게 해석하긴 쉽지 않다고 본다.

두 번째 쟁점인 '헌법과 법률을 위반할 때'는 "대체 어느 정도로 위반했을 때 탄핵할 수 있다는 것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헌재는 노 전 대통령 결정문에서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의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모든 법 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를 말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중대한 법 위반'도 상당히 모호한 표현이다.

이에 헌재는 ▲ 법치국가·민주국가 원리를 구성하는 기본 원칙에 대한 적극적 위반행위와 같이 '헌법수호 관점에서 중대한 법 위반'과 ▲ 뇌물수수, 부정부패 같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라고 예시한다.

야 3당 탄핵안도 헌재의 기준을 그대로 따른 구조다.

탄핵안은 박 대통령의 탄핵 이유를 헌법위배와 법률위배로 나눠 나열했다.

헌법위배 부분에는 최씨의 정책개입·인사개입·금품 출연 등을 들어 대의민주주의 의무(헌법 제67조 제1항), 직업공무원제도(제7조), 재산권 보장(제23조 제1항), 헌법수호·준수 의무(제66조 2항, 제69조) 등을 위배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이러한 행위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고 국민주권주의, 대의민주주의, 법치국가원리, 직업공무원제 및 언론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의 기본 원칙에 대한 적극적인 위반행위"라며 "파면이 필요할 정도로 헌법수호 관점에서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법률위배 부분에도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삼성, SK, 롯데 등의 출연 등을 들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 직권남용 및 강요죄 등을 저질렀다고 표현했다.

특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SK그룹의 최태원 회장 사면 관련 특혜 의혹 등 아직 검찰이 손대지 못한 부분도 법률위배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탄핵안은 법률위배 부분에서도 "국가조직을 이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부정부패행위를 한 것으로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명백히 해하는 행위"라며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했다"고 했다.

결국, 핵심은 박 대통령이 '중대한 법 위반'을 저질러 '국민의 신임을 배신'했는지다.

이 점이 입증돼야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이 성립하고, 나아가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는 탄핵소추의 사유를 헌재가 인정할지도 결정된다.

변수는 사실관계다.

탄핵안은 박 대통령이 뇌물죄를 저질렀다고 단정했지만, 이는 검찰도 박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고선 확언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탄핵안에 붙은 근거자료는 아직 언론 기사 정도다.

헌재가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 근거를 얼마나 인정할지가 중요해 보인다.

근거가 약하다고 볼 경우 탄핵안의 '헌법위배·법률위배' 주장 중 한 축이 흔들릴 수 있다.

결국, 향후 특검의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확정될지, 어떤 법리를 적용하는지도 헌재 판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탄핵소추'와 '특검 수사'의 동시 진행이 어떤 상호작용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이보배 기자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