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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얼굴)이 29일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국정농단 사태 이후 3번째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어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임기 단축’ 언급은 즉각 하야는 아닐지라도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명시한 것이다.

단 구체적 방식은 국회에 넘겼다. 박 대통령은 물러나는 시기나 거국내각 구성, 책임총리 문제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고 ‘국회의 결정’과 ‘법 절차’에 따르겠다고만 했다. 뉘앙스가 미묘하다. 해석의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여야가 추진 중인 탄핵도 박 대통령이 말한 ‘국회의 결정’과 ‘법 절차’에 포함된다. 다만 박 대통령이 수용 입장을 표명하지 않아도 탄핵 추진은 기정사실화된 것이어서, 발언의 진의는 친박계에서 흘러나온 ‘임기 단축 개헌’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린다.

이렇게 되면 박 대통령 입장에선 시간을 벌고 개헌으로 논의를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이 필요한 탄핵안 발의를 깨거나 적어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여당 내 비박계 의원들이 탄핵 동참보다는 임기 단축 개헌 쪽으로 돌아설 수 있어서다.

실제로 대국민담화 직후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탄핵을 앞둔 교란책일 뿐이다. 조건 없는 하야가 민심”이라고 주장한 반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국민적 퇴진 요구에 답했다. 야당에 탄핵 일정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회에 공이 넘어왔다 해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박 대통령이 실제로 물러나는 시기는 계속 늦춰지게 된다.

임기 단축 개헌은 소위 ‘명예로운 퇴진’의 한 방안으로 거론돼 왔다. 국회가 현직 대통령 임기를 특정일로 한정한 부칙을 삽입한 개헌안을 추진해 통과시킨 뒤,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것이다. 개헌 역시 재적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를 통과하면 30일 내에 국민투표를 거쳐 발효된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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