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선주자와 정파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대선 시기를 두고 셈법이 엇갈리고 있다.

국회의 탄핵 시점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시점에 따라 차기 대선은 3,4개월 가량 차이가 날 수 있다.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탄핵을 통과(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3분의 2인 200명 이상 찬성)시킨다면 헌재는 국회로부터 소추의결서를 받은 뒤 180일 이내에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국회가 12월 2일 또는 9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처리하게 되면 헌재는 내년 6월초까지 탄핵심리를 마쳐야 한다는 얘기다.

헌재가 인용(탄핵)결정을 하게 되면 60일 이내에 차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대선 시기는 헌재의 탄핵 심판 기간에 달린 것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땐 국회가 3월12일 탄핵안을 통과시켰고, 헌재는 5월14일 탄핵 기각 결정을 했다. 두달 이틀 걸린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과정은 노 전 대통령 때 보다 더 길어질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박 대통령 탄핵은 노 전 대통령 때보다 심사해야 할 범위가 훨씬 넓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 탄핵사유는 선거중립 의무 위반 혐의로 심판대상이 비교적 단순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2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국민들이 (4월)총선에서 열린우리당(당시 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또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공적선거법 제9조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돼 있다.

박 대통령의 경우 헌재의 탄핵 심리에 최소 3,4개월이 걸릴 것이라는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때문에 대선주자들과 각 정파들은 대선이 언제 치를지를 놓고 유불리 계산에 나서고 있다.
[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대선 시기 유불리 계산 바쁜 잠룡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은 가급적 빨리 대선을 치르는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어 다른 주자들이 합종연횡을 통한 ‘반(反)문재인 전선’을 형성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가 탄핵 보다는 대통령 퇴진·하야 투쟁에 집중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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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12월초까지 하야를 한다면 2월초에 대선을 치러야 해 여권의 유력 주자로 거론됐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출마가 힘들어 질 수 있어 문 전 대표로선 유리한 구도다. 반 총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2월초에 대선이 실시된다면 반 총장은 준비 기간이 한달 밖에 안돼 세를 모으기가 여의치 않다.

내년 1월 귀국을 예고한 반 총장 측은 12월초에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헌재가 조속히 결정을 내려 내년 3,4월 정도에 대선을 치르는게 좋다는 입장이다. 그 보다 더 앞서는 것도 문제지만, 더 늦어져 검증 과정이 길어지는 것은 반 총장에게 불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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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내년 6월전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에 비해 지지율이 낮은 안 전 대표로선 세를 모을 시간이 필요하다. 정계개편을 통한 합종연횡을 하기 위한 여유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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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는 개헌을 함께 추진하려면 헌재가 탄핵 심판을 위한 180일 시한을 거의 다 쓰고 내년 6월께 결정을 내린 뒤 대선은 7,8월께 치르는게 좋다는 반응이다.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제3지대 세력들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도 최대한 시간을 늦추는게 유리하다. 반 총장이 새누리당을 선택하지 않고, 비박계가 탈당한다면 새누리당은 유력 대선주자를 키우거나 영입할 시간이 필요하다. 탄핵 심판 과정이 길어지면 반전의 기회도 노릴 수 있다.

청와대와 일부 친박계에선 탄핵 과정에 들어가면 보수층을 재결집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보수 대 진보 구도가 형성돼 보수층이 다시 뭉친다면 야권은 역풍에 휘말릴 수도 있다. 여권 주류에서는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이 향후 특검 수사에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결국 내년 대선판의 열쇠는 헌재가 쥐고 있는 셈이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