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외용 라디오 매체인 평양방송을 통해 남파공작원 지령용으로 추정되는 난수(亂數) 방송을 또 내보냈다.

평양방송은 25일 오전 0시45분(한국시간 오전 1시15분) "지금부터 27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전자공학기초 복습과제를 알려드리겠다. 문제를 부르겠다"며 "26페이지 4번, 305페이지 48번, 135페이지 1번…" 하며 숫자를 읽어 내려갔다.

평양방송 아나운서는 낭독 후 같은 숫자를 한 차례 더 반복해 읽었다.

이날 아나운서가 낭독한 숫자는 지난 11일 방송된 것과 같은 내용이다.

북한이 난수방송을 내보낸 것은 지난 6월 24일 이후 이번까지 총 15차례로 알려졌으며, 가장 최근은 지난 20일이었다.

북한은 과거 평양방송을 통해 자정께 김일성, 김정일 찬양가를 내보낸 뒤 난수를 읽어 남파간첩들에게 지령을 내리곤 했다.

그러나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난수방송을 중단했다가 16년 만인 올해 이를 재개했다.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한국이 최순실 사태로 전례 없는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는 통상적인 상황보다 더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한다"며 "남한이 지금처럼 정치적 위기와 혼란을 겪고 있다면 난수 방송을 통한 지령도 당연히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redfla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