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늘 공소사실에선 적용 안해…롯데 등 '기업 출연' 보강수사
"부정한 청탁·대가성 여부 확인 주력"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60)씨에게 제3자 뇌물 혐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노승권 1차장(검사장)은 이날 수사결과 발표 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계속 수사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 "현재 공소사실에는 없다"면서도 "계속 수사한다.

이게끝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기업들의 재단 기금 출연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그로 인한 '대가성'이 규명될지를 향후 수사에서 규명해 특검에 수사 내용을 넘길 때까지 혐의 유무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미르·K스포츠재단에 53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출연한 것과 관련해 최씨와 안 전 수석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일단 기소했다.

출연 기업들이 안 전 수석 등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각종 인허가에 어려움을 겪거나 세무조사를 받는 등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두려워해 출연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뇌물 공여 성격으로 보고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고발장을 냈다.

기업들이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경영권 승계, 사면, 각종 인·허가 등에 이익을 기대하고 부당한 출연금을 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단순 피해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현재까지 드러난 수사 결과로만 봤을 때는 재단 기금 출연에 뇌물 혐의를 적용해 관련자들을 기소하더라도 공소유지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들를 비롯한 각 기업 관계자들이 뇌물 공여 취지의 진술을 할 경우 자신들도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대가성을 강하게 부인하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노 차장은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에 대기업들이 출연했는데 뇌물이라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강압에 의해서 출연했다고 봐서 직권남용으로 했다"며 "공소장에 빠진 부분 의혹이 있을 수 있는데 그건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3개 출연 기업들의 공통된 피해 진술을 받기 어려운 가운데 개별 기업이 최씨 측에 건넨 돈의 성격을 정밀하게 분석해 제3자 뇌물죄 적용 가능성을 가늠해보겠다는 것이다.

결국, 검찰은 해당 기업들을 상대로 보강수사하고 관련자 진술 등을 더 확보해 기업의 재단 출연 부분에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혐의 유무를 판단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미르·K스포츠재단 외에 최씨 측이 롯데 등 일부 기업을 상대로 추가 출연을 강요한 부분과 삼성이 최씨 일가에게 거액을 지원한 부분도 관련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따라서 검찰은 내달 초로 예상되는 특별검사 출범에 앞서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수수의 공범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