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박사모 집회…"촛불은 바람에 꺼져", "北의 노림수" 주장
靑 "하야 퇴진 없다"·朴대통령 일정재개 신호로 곳곳 움직임
'게이트' 검찰 수사·촛불 향배 보면서 반격 수위 조절할 듯

제도권과 재야의 친박(친박근혜)계 보수 진영이 '최순실 사태'의 국면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대로 밀리기만 할 수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 팬클럽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은 오는 19일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주최 측은 5천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같은 날 열리는 4차 촛불집회에 대한 '맞불' 성격이다.

규모는 촛불집회에 비견될 수 없지만, 보수 단체가 공개적으로 박 대통령 옹호에 나서는 셈이다.

최근 친박 보수 진영은 '반격의 채비'를 갖추는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제도권은 새누리당 주류 친박(친박근혜)계가, 비(非) 제도권은 재야의 우파 보수 인사와 네티즌이 주축이다.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날 '대통령 하야 반대' 집회에 참석해 "검찰 수사나 특검이 끝나면 박 대통령과 관련해 제기되는 의혹은 2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현재 상황에서 보수 진영이 궁지에 몰린 것은 맞지만, 박 대통령이 '누명'을 벗고 정국의 돌파구를 마련할 경우 반전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당내에선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이 '질서있는 퇴진론'을 설파하며 비주류의 즉각적인 지도부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친박계 이장우 최고위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함께 돌을 맞아야 할 사람들이 도리어 돌을 집는다"며 비박(비박근혜)계, 특히 김무성 전 대표 측을 겨냥했다.

친박계의 움직임은 박 대통령이 들끓는 '하야 여론'에도 물러서지 않고 부처 차관 인사를 단행하고 정상외교 일정도 추진하는 등 국정 재개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재개를 신호로 현 체제를 옹위하려는 보수 우파 세력이 재결집을 시도하는 양상이라는 것이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박 대통령 지지율은 5%로 2주째 횡보 상태다.

하지만 "이제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것만 남았다"고 한 친박계 인사는 관측했다.

조사 시기를 놓고 검찰과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는 박 대통령은 이날 참모진 임명장 수여로 공식일정을 8일 만에 재개했다.

박 대통령이 엘시티(LCT) 의혹 수사 지시와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등으로 내·외치를 재가동한다는 해석을 낳기도 했았다.

재야 인사가 된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전날 "진실 규명도 되기 전에 대통령에게 무한 책임을 지라는 요구와 주장은 마녀사냥"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진실이 규명된 후 상응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는 정 전 총리의 주장은 최근 보수 성향 네티즌 사이에 회자한 일본 우익 성향 논객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후쿠다 유키야스(福田之保) 아시아공동체추진협회 이사장은 지난 8일 한 일본 매체의 칼럼에 "한국 검찰은 언론과 대중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신중히 수사해야 한다"고 썼다.

그는 "이 사태를 통해 누가 가장 큰 이득을 보는가"라며 "국정개입 소동은 북한의 노림수"이자 "종북파, 용공주의자, 야당 세력의 음모"로 규정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조원진 최고위원은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보다 힘 있는 배후세력"으로 "좌파 시민단체"를 지목하기도 했다.

친박 보수진영에 이처럼 일사불란한 동향이 감지되지만, 아직 '대대적인 반격'은 삼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친박계 의원은 "며칠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며칠 상황'은 최순실 씨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혐의가 적시되는지, 오는 19일 촛불집회에서 민심의 향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등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엘시티(LCT) 의혹 수사도 변수일 수 있다.

일각에선 새누리당 비박계와 민주당 친문(친문재인)계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반전 카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엘시티 수사 지시 이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이 의혹에 연루돼 있다는 설(說)이 인터넷에 퍼지고 전날 '엘시티-문재인' 연관 검색어가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오르기도 했다.

야당 측에서는 보수 우파 댓글부대의 조직적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친박 보수 진영의 반전 시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