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화염으로 변할 수 있어…제도상 보장 안되면 총리 어떤 역할도 못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16일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는 한 현 상태로선 법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잘못이 밝혀지면 탄핵으로 가는 게 가장 합리적이고 올바르다"고 말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야권 인사들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전날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평화재단(이사장 법륜 스님) 주최로 법륜스님과 한 '즉문즉설' 대담에서 "탄핵이 정권을 연장하는 꼼수라고 하는데,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두달만에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왔듯이 헌재 판사들도 국민의 열기를 이기지 못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 본인 관련 문제이기 때문에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안 되면 정당이 나서야 하는데 현재 정당과 시민, 시민단체의 역할이 혼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12일 촛불집회와 관련, "최순실 문제를 포함, 지난 4년간 박근혜정부에 쌓인 불만이 촛불로 거리에 나오게 된 것 같다"며 "이 것을 정치권 등에서 빨리 해결하지 못하면 화염으로 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8년은 정부수립 70년이 되는 해로, 40년은 권위주의 통치로 보내고, 87년 민주화 이후 30년을 보냈다"며 "87년 민주화 이후 30년 과정에서 '재벌구조를 타파하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는 교훈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재벌들의 국정농단 농락 사건"이라며 "민주화 이후 대통령에게 영향력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재벌들의 속성이다.

재벌들은 대통령에게 영향력 있는 사람을 찾은 후 뇌물로 매수, 이익을 추구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며 "국민이 나서서 해결하는 과정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지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우선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을 냉정하게 평가해 제대로 뽑아야 한다"며 "88년 이후 6명의 대통령 모두, 거의 동일한 사건으로 국민지탄을 받았다.

마음껏 흠모할 대통령이 없었던 만큼, 부끄러워지지 않도록 국민 스스로가 제대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측근 패거리만 먹고 준비 없이 대통령이 된 사람이 문제"라며 "측근이나 가족이 매수되면서 정권의 끝이 모두 좋지 않았다"며 "처음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대를 많이 했다.

박 대통령만 보면 소박하고 욕심이 없고 가족도 단출했기 때문에, 현 시국을 보듯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또한 "제도의 문제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며 "내각제로의 개헌이 안 된다면 다음 정권도 마찬가지로 과거의 전철을 밟을 것인 만큼, 헌법 개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책임총리 제안이 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제도상 보장이 안 되면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다"며 "헌법 71조에 명시한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최종 결재권자가 된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서혜림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