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촉구 최후통첩 절차" vs "靑전략 말려들어" 엇갈려
"소통부족" 당내 일각서 부글부글…文측 "사전연락이나 협의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단독 영수회담이 성사된 것을 두고 14일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제1야당으로서 정국 수습을 주도해가는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본격적인 하야투쟁으로 노선을 바꾸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다른 쪽에서는 '악수'를 뒀다는 비판론이 만만치 않다.

당장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반발하는 가운데 야권 균열의 빌미로 작용할 공산이 큰데다 영수회담에서 어정쩡한 결과만 들고나올 경우 오히려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이날 영수회담 소식이 깜짝 발표된 뒤 민주당 의원들도 그룹별로 잇따라 모임을 가지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우선 당 대표 특보단이 회의를 열어 이후 영수회담 의제와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 특보단 인사는 "제1야당으로서 정국 수습에 노력할 책임이 있지 않느냐"면서 "영수회담 제안도 그런 취지에서 국민이 바라볼 것"이라고 이번 회담의 성사 자체를 높게 평가했다.

국정공백이 장기화되고 여당이 사실상의 분당위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제1야당으로서 책임있게 정국 수습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다.

하야투쟁을 앞두고 '최후통첩'을 위한 필수 절차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보단의 다른 관계자는 "영수회담에서 대통령의 퇴진 의향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익 민주연구원장도 트위터에서 "추 대표가 칼을 뽑았다"며 "박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하고 담판을 지으러 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비판론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현 정국에서 긴요한 야권 공조에 금이 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당내 개혁성향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우원식 의원은 모임에 앞서 기자와 만나 "아무래도 걱정이 많다"며 "지금은 야권 공조가 가장 중요한 때 아닌가"라고 우려감을 표했다.

일부 의원들은 민주당이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욕심에 오히려 청와대에 의해 역이용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열린 중진오찬에 참석한 한 의원은 "전략이 잘못됐다"며 "하야선언 수준의 결과를 받아오지 못하고 대통령 임기가 보장되는 결과가 나온다면 지지자들의 비난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수사를 앞둔 대통령을 지금 만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견수렴 차원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반대 의견들이 나왔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영수회담에서 합의할 것이 뭐가 있겠나"라고 했다.

회담 추진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당내 관계자는 "지도부 사이에서도 극히 일부만 알고 있었다"며 "전해철 의원이 어제 중진회의에서 제안했다고는 하지만 당시에는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 대표는 앞서 취임 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하려 했다가 취소한 일도 있었다.

그 때처럼 너무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 아니냐"고도 불만을 표시했다.

대선후보들 역시 미리 연락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대표 측 김경수 의원은 "오늘 추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과 관해 문 전 대표는 사전에 연락을 받거나 협의한 바가 없다"며 "이후 대응은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책임 있게 논의하고 판단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문 전 대표 측에서는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혹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추 대표 측에 이번 회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야권 주자들도 사태의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면서 나름대로의 의견을 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영수회담 제안은 청와대에 좋은 일이고 야권분열로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입장문에서 "이미 합의된 회담이라면 국민의 퇴진요구를 가감없이 전달하고 대통령의 퇴진결단을 끌어내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서혜림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