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화당 네트워크 주목…野, 전문가 경청하며 '불확실성' 대비

이른바 '트럼프 시대'를 맞아 한미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안보질서에 일대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여야 대선주자들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측과 어떤 식으로든 소통채널을 확보하고 기민한 정세 대응을 위해 정책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이는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국내상황이 위중한 가운데에서도 대외정책에 관심을 쏟는 모습을 보이면서 차기 국가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우선 여권 주자들은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에드윈 퓰너 전 이사장을 대표적인 '트럼프 인맥'으로 꼽으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선거운동본부에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참여한 퓰너 전 이사장은 대표적 '지한파' 인사로 꼽힌다.

100여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고 알려진 것은 물론 지난 2002년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한미 우호관계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수교훈장 광화장을 받기도 했다.

특히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퓰너 전 이사장과 여러차례 만나 양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퓰너 전 이사장이 방한했을 때도 당 대표 자격으로 여의도연구원 관계자 등과 함께 별도로 회동한 바 있다고 13일 김 전 대표 측은 전했다.

김 전 대표는 대선결과 발표 직후인 10일 오전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을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이후 연말 워싱턴 조야는 물론 재미한인사회 대표자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수시로 만나 '대(對) 트럼프' 관계 구축을 위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미국 공화당 저변의 인사들과 오랜기간 두터운 친분을 다져온 김세연 의원이 조력자의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 전 원내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 의원은 세계 보수민주정당 연합체인 국제민주연합(IDU) 부의장으로 활동하며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를 참관하기도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경우 도정 현안인 지역경제 활성화 및 교류 차원에서 계획해왔던 연말 방미일정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남 지사는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내달 초께 미국 워싱턴과 뉴욕 등지를 돌아볼 예정이다.

시간이 다소 촉박하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트럼프 진영 인사와의 만남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 대선 주자들도 '불확실성'이 높아진 정세에 분주히 대응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국민성장'에 참여하는 학자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민성장 부소장인 조대엽 고려대 교수도 통화에서 "미국 정치학을 전공한 학자들 가운데 공화당쪽 사정에 정통한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싱크탱크 차원에서도 대책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외교·안보분야 전문가들과 비공개회의를 통해 향후 한미 외교의 방향 및 대응책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국제안보 분야 대외직명대사를 역임한 문정인 연세대명예특임교수도 트럼프 당선인측 그룹을 비롯, 두루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인사는 "문 전 대표와 문 교수가 계속 교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23일로 예정됐던 싱크탱크 공식 출범식에서 외교안보정책을 밝힐 계획이었지만,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일정이 연기된 상황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트럼프 당선인과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의 '동문'으로, 와튼스쿨 최고경영자(Executive MBA) 과정을 밟은 안 전 대표가 동문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트럼프 시대' 대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주변에서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안 전 대표 '경제 멘토'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도 펜실베이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안 전 대표도 11일 당내 일부 초선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적절한 기회가 되면 동문들이 많은 역할을 해 줄 것 같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김중로 의원과 4성 장군 출신의 이성출 정책 네트워크 내일 이사,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각각 주축이 된 3개 그룹이 진행해온 외교안보통일 정책 구상 준비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맞춰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시장 측은 트럼프 당선인이 나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동문들을 중심으로 인맥을 찾아보는 동시에,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국내 외교안보와 경제분야의 불확실성 증대에 대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진행한 인터넷 방송 '원순씨 X파일'에 이남주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를 초청해 한반도 외교상황 변화와 관련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김부겸 의원은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국회 동북아 평화·협력 의원외교단에 소속돼 새누리당 나경원 정병국 의원,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과 오는 14일 미국으로 출국, 야권 대선주자 중 가장 먼저 트럼프 당선인과의 인맥 구축에 나선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트럼프 시대'를 맞아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대비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경우는 우선 혼란에 빠진 국내 상황에 집중한 뒤 향후 외교·국방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류미나 기자 hrse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