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트럼프 리스크' 부각하며 "조속한 총리 추천·국정안정 협조" 압박 가속
野 "최순실 사태 우선…2선 후퇴 약속해야"…주말집회 보고 행보 결정할듯

대(對) 아시아 정책에서 획기적 변화를 예고했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국내 정치권에도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특히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던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이 트럼프의 당선이라는 예기치 못한 외생 변수에 의해 다소 희석되면서 정국의 이슈가 '최순실과 트럼프'라는 두 가지 소재로 양분되는 듯한 분위기다.

무엇보다 최순실 사태로 국정 공백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리스크'까지 겹치자 이제부터는 국정의 핵심 파트인 경제·외교·국방 분야만이라도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서서히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의 확산은 야권의 거부로 제동이 걸린 '국회 추천 총리 협상' 제안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당분간 국정에서 손을 놓은 상태인데다 황교안 총리의 사퇴도 기정사실로 된 상황에서 계속 '국정 컨트롤 타워'를 부재 상태로 놔둘 수 없기 때문이다.

여권은 곧바로 '트럼프 리스크'를 부각하면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국회가 총리를 추천할 수 있도록 야권이 협조해 달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추천 총리 제안을 거부한 데 대해 "국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국회에서 조속히 총리 후보자를 추천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청은 진정성을 갖고 국무총리 추천을 국회에 요구한 만큼 이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야당에서도 진지하게 임해줬으면 좋겠다"며 책임 총리 추천을 위한 여야 대화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표가 박 대통령의 군(軍) 통수권·계엄권 등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이런 초헌법적이고 반헌법적인 부분에 대해 대선주자이자 당 대표였던 문 전 대표의 해명을 꼭 들어야 하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여권의 바람처럼 여야 간 총리 추천 협상이 단시일 내에 시작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상황이다.

야권은 '트럼프 쇼크'와 최순실 사태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박 대통령이 총리 추천 협상에 앞서 '완전한 2선 후퇴'와 탈당을 약속해 달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변수를 차단하면서 장기간 '최순실 정국'을 끌고 가겠다는 의지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야권은 특히 오는 12일 예정된 시민사회의 대규모 대통령 하야 집회와 당 국민보고대회에서 드러날 지지층의 여론을 주시하고 있다.

이들 집회에서 이른바 반박(반박근혜) 정서의 확산 추세가 보일 경우 야권의 대여 강공 드라이브는 더욱 강경해지고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반대로 박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약화하거나 동정심이 움트면서 대외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경우 야권도 장외에서 원내로 대여 투쟁의 활동 무대를 이동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변수를 박 대통령이 국정의 중심으로 다시 복귀하는 명분으로 삼는다면 국민은 더 분노할 것"이라며 "대통령은 국정을 수행할 수 없다.

내치와 외치를 구분하지 않는 민주당의 입장은 바뀐 적 없다"고 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트럼프는 트럼프고 최순실은 최순실"이라며 "민심의 분노는 더 커지고 있다.

12일 집회까지 상황을 보겠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국회 추천 총리와 관련해 "대통령이 정말 권한을 내려놓으려고 한다면 신뢰를 보여야 하는데 신뢰의 문제를 법률적 용어로 대신했다"면서 "헌법에서 정한 것밖에 못 한다고 하는 건 진정으로 반성하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어떤 경우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위치를 스스로 내려줘야 하고, 총리의 성격 규정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김병준 총리 내정자의 정리, 박 대통령의 탈당, 영수회담을 통한 총리 추천, 그리고 새 총리의 조각권 행사를 일관되게 제안해왔다"고 말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박 대통령이 하루빨리 2선 후퇴하고 새누리당을 탈당해야 정국이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이광빈 이정현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