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朴대통령, '2선 후퇴' 언급하고 싶어도 못하는 처지"
"자꾸 조건 붙이면 순수성 의심…12일 집회 동력 의식한 듯"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정국' 타개를 위해 국회에 제안한 여야 합의 국무총리 추천에 야당이 협조하라고 9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이 전날 정세균 국회의장을 찾아와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를 여야 추천으로 임명하겠다고 밝혀 야당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한 만큼 야당도 더는 '반대를 위한 반대'에 집착해선 안 된다고 새누리당은 주장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다 받고 다 줬는데, 야당은 계속 조건을 단다"며 "야당이 정말 거국중립내각에 참여할 의지가 있는지, 국정에 책임의식이 있는지 근본적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개헌특위, 최순실 사태 특별검사, 야당의 특검 추천, 거국내각 구성, 국회의 총리 추천(김병준 총리 내정자 철회) 등을 연거푸 수용했는데도 야당은 매번 "미흡하다"며 새로운 조건을 내건다고 정 원내대표는 지적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2선 후퇴'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게 문제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2선 후퇴를 언급하고 싶어도 현행 헌법 체계를 벗어나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실질적인 내각 통할 총리를 국회추천으로 임명하겠다는 발언에 정치적으로 의미가 다 담겨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거국내각 총리 임명 자체가 결국 2선 후퇴인데, 뭘 더 달라는 것이냐"며 "야당은 이를 알면서도 자꾸 '2선 후퇴 언급이 없다'고 트집을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두 차례 대국민 사과와 검찰 수사 및 거국내각 수용 등으로 여권이 양보할 만큼 양보했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도 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공세를 펴는 데는 다른 목적이 숨어 있다고 보고 있다.

당장 오는 12일 도심에서 열릴 제3차 민중총궐기 집회에 야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집회의 동력을 유지하려고 박 대통령의 제안에 선뜻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자꾸 거국내각 구성 조건을 배가하면 그 순수성을 의심받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한 야당의 결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관과 안보관만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분이라면 야당 추천 총리 후보를 국회 후보로 정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30년 대통령제의 폐해를 획기적으로 시정하는 '실험 정치'를 위해서도 야당이 총리 후보 추천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이 정 의장에게 밝힌 '내각 통할 총리 임명'과 '국회의 총리 후보 추천'에 대해선 당내 대권 주자뿐 아니라 이정현 대표 체제에 반대하는 비주류 의원들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유승민 의원은 전날 보도자료에서 "국민적 요구에 미흡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대통령께서 야당의 주장을 일부 수용했다.

사태 수습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난 강석호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일단 대통령이 국회에 와서 그렇게 요청을 했으니 야당도 이제 조속히 응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야당이 국민에게 지탄을 받는 모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